'열심히 골프 쳐라. 무엇이 옳은 지는 유권자가 판단한다.'
'국민 정서보다 자기 생각이 더 중요하다 이건가.'
'대권 주자로 남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인데, 노이즈만 얻었다.'
7일 SNS에는 지난 주말 이른바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 대회’를 연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성토하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홍 지사는 5일 경남 창녕군 장마면 한 골프장에서 경남도와 창원시, 각 시·군 공무원 등 140명이 출전한 골프 대회를 개최했다. 홍 지사 본인과 경남도의원들도 ‘친선팀’으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올 7월 재선 취임 1주년을 맞아 “공무원 사기 진작을 위해 골프 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한 직후부터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역사상 유례 없는 공무원 골프 대회를 끝내 강행한 것이다.
홍 지사는 5일 대회 인사말을 통해 “공무원 골프를 금기시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며 “앞으로 자기 조상 이름까지 바꿔가며 골프장에 나오는 그런 짓은 경남에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당당하게 치라”고 했다. 각자 경비 25만원씩 내고 대회에 출전한 공무원들은 팀별로 라운딩을 시작했다. 이날 우승은 4명 스코어 합계 321타를 친 하동군팀에 돌아갔고, 1∼3위 팀에 300만∼100만 원씩 상금이 주어졌다. 상금은 공무원 행사 경비로 책정된 도 예산이었다.
대회가 열린 이날 시민단체는 강경히 맞섰다.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회원과 학부모 등 50여 명은 오전 10시부터 골프장 입구에서 ‘골프 치는 돈은 있고 아이들 밥값은 없나요’ ‘도민 정서 거스르는 골프 대회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홍 지사는 이미 두 시간 전쯤 골프장에 들어간 뒤였다.
네티즌 반응도 대체로 냉랭했다. “이번 골프 대회는 올 3월 미국 출장 중 골프를 즐긴 자신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 “문제는 골프가 아니라 세금으로 상금을 줬다는 사실”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다만 홍 지사의 지지자 일부는 “공무원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건 맞는 말로, 홍 지사의 소신에 박수를 보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홍 지사는 정면으로 대응했다. 그는 대회 개회식에서 “골프는 영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20여년이 된 국민적 스포츠”라면서 “정권이 바뀌거나 무슨 일만 있으면 공무원 기강 확립에 골프를 이용하는데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골프를 ‘귀족 스포츠’로 보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등산이나 축구는 괜찮고 골프는 안 된다는 위정자의 인식은 정말 잘못됐다. 이를 바꾸기 위해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이 ‘관피아’ 논란에 휩쓸리고 연금 개혁 과정에서 사기가 떨어졌다. 공무원 사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융성할 수 없다”며 대회 개최 배경을 재차 강조했다. 심지어 한 발 더 나아가 “골프 대회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들은 G7 세계정상회의도 반대하는 등 (행정에서) 하는 일을 반대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결국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홍 지사는 대회 전까지 참가자 명단을 비공개로 했고, 대회 시작 후 일반인 관전이나 언론사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회 당일 골프장 측이 취재를 막자 일부 매체가 무인항공기(드론)를 띄웠다가 골프장 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골프장 직원들은 “홍준표 지사를 곤란하게 하지 마라. 카메라를 접으라”면서 소리쳤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떳떳하게 골프 치라며 자신만만, 호언장담 하더니 결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 사기 진작’이라는 명분과 ‘국민 정서를 거스른다’는 비판 여론 속에 경남도는 이 대회를 앞으로도 매년 개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