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첫 일정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과 연이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면담이다. 중국 권력 서열 1·2위 인사들과의 연쇄 접촉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미사일 등 북한의 도발 억제 방안, 경제협력 확대 등의 의제를 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오전부터 시작돼 장시간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동북아 안보 현안을 놓고 두 정상이 할 얘기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두 정상은 과거 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6자 회담 재개, 한·중·일 정상회담 추진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 간 '8·25 합의'로 대화 국면이 조성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논의로 끌어낼 수 있는 보다 진전된 방안을 찾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8·25 합의'가 준수될 경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에 필요한 환경 조성에 있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중국 역할론'이다.

이번에 박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로 남북대화 국면을 깨지 않도록 시 주석과 중국 정부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응할 경우, 주변국이 어떠한 '당근책'을 단계적으로 제시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6자 회담 재개와 관련, 두 정상은 작년 7월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 회견에서 "(한·중) 6자 회담 수석대표 간에 다양한 방식의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잇단 도발과 대화 거부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 우리 측 6자 회담의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황 본부장은 이번 방중의 공식 수행원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방중의 또 다른 목표는 중국과 경제적 협력 관계를 심화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와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심화, 신(新)산업 분야로 협력 확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발족 등 경제 분야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경제는 잇따른 위안화 평가 절하에도 증시가 폭락하고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우리 경제사절단(총 156명)이 동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제사절단은 박 대통령의 상하이 방문 때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3일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자리에 설지에도 관심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 좌석 배치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변수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참석한다는 점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시 주석 부부가 나란히 자리를 잡는다면 시 주석의 오른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왼편으로는 펑 여사와 박 대통령이 연이어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대표로 참석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조우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