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첫단추부터 치명적 실수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5.09.02 03:00

    [엠블럼도 경기장도… 올림픽의 두가지 상징, 전면 백지화]

    -치밀한 일본답지 않게
    표절 의혹 엠블럼 퇴출 결정
    2조3000억원 공사비용에 주경기장 건설사업 백지화
    올림픽 맞춰 완공 힘들 수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 7월 24일 공개한 올림픽 공식 엠블럼(왼쪽)은 벨기에 디자이너 올리비에 도비의 2년 전 작품(오른쪽)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40여일 만에 퇴출이 결정됐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 7월 24일 공개한 올림픽 공식 엠블럼(왼쪽)은 벨기에 디자이너 올리비에 도비의 2년 전 작품(오른쪽)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40여일 만에 퇴출이 결정됐다. /가디언
    5년 앞으로 다가온 32회 도쿄 올림픽(2020년 7월 24일~8월 9일)의 준비가 잇따른 악재로 비틀거리고 있다. 올림픽을 유치한 아베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주경기장 건축 사업이 혈세 낭비 논란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에는 '올림픽의 얼굴'인 공식 엠블럼이 표절시비 끝에 공개 40여 일 만에 퇴출됐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일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로고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위의 무토 도시로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에서 폐기 방침을 알리고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엠블럼은 쓸 수 없다고 결정했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역대 올림픽 엠블럼이 디자인 적합성 등의 논란으로 중간에 변경된 적은 있어도, 표절 때문에 퇴출된 것은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당초 이 엠블럼은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의 작품으로 도쿄·팀·내일(tomorrow) 등을 뜻하는 알파벳 'T'를 중심으로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7월 24일 공개식에서 조직위는 설명했었다. 그러나 발표 불과 사흘 뒤 벨기에 디자이너 올리비에 도비가 자신이 2년 전 발표한 극장 디자인과 흡사하다며 작품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거센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사노 겐지로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절대 표절이 아니다"고 항변했고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조직위도 방어했지만, 두 디자인이 매우 닮아 일본 내에서도 여론이 악화됐다.

    사노 겐지로는 결백을 알리겠다며 원안 디자인까지 공개했지만, 이 디자인은 독일의 유명 시각디자이너인 얀 치홀트 전시회 도록을 베낀 게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으로 번지면서 자충수가 됐다. 도비가 IOC와 벨기에 법원 등에 "제소하겠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일본 내부에서도 '창피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노 겐지로의 다른 작품들까지 잇따라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AP통신은 이날 '그는 연쇄 표절자인가?'라는 공격적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가 디자인한 산토리 맥주 손가방, 나고야 동물원 로고, 도쿄 서북부 오타의 공공 도서관·박물관 디자인 등에 대해서도 외국 디자인 등을 베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주경기장 건축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실제론 볼 수 없게 됐다. /dezeen 매거진
    올림픽 준비 과정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재는 사흘 전에도 있었다. 당초 조직위가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했던 주경기장 재건축 사업이 백지화된 것이다. 단일 경기장 건축 비용으로는 사상 최고액으로 알려진 2520억엔(약2조3284억원)의 사업비에 반발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공사비를 원안의 58% 수준까지 깎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설계부터 모든 과정을 다시 진행하게 되면서, 2019년 5월로 예정됐던 완공 기한도 올림픽 개막 7개월 전인 2020년 1월로 늦춰졌다.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을 털고 군사·경제 강국의 부활을 선언하려던 아베 총리 입장도 난처해졌다. AFP통신은 "올림픽 준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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