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중국어판은 31일 "중국의 열병식을 놓고 미·중·러·일 4개국이 '4국지'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대국 굴기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충돌함에 따라 관련국의 전략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불안(不安), 일본은 불복(不服), 중국은 불만(不滿), 러시아는 불휴(不虧·손해 볼 게 없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역내(域內) 패권주의, 군사 강국화 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불안을 가져오고, 이는 세계 평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찌감치 열병식 참석을 거부하고, 주변국에도 비슷한 행동을 해줬으면 했다.

일본은 열병식 자체가 마음에 들 수가 없다. 이름부터 '항일(抗日) 승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했듯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중국 때문에 진 게 아니기에 중국의 항일 승전 열병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은 31일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참석을 다시 비판했다.

유럽 국가 정상들도 이번 열병식에 대거 불참했다. 미국의 생각과 비슷해서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이 미국·유럽 같은 서방국가로부터 고립될수록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