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도 언어예술로 높인 '김현 時代'를 돌아보다

입력 2015.08.31 03:00

문학평론가 김현 25주기 맞아 이론 체계의 재조명 포럼 열려
"침체된 비평 정신의 부활 있길" 1회 김현문학패 수상자 선정도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25주기를 맞아 그의 비평 정신이 재조명된다. 4·19세대의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 불문과 교수였던 김현은 1960~80년대 한국 문학의 분석과 해석을 주도했다. 그는 한글세대의 문체 감각으로 비평도 창작 못지않게 독창적인 언어 예술임을 실현해 오늘날까지 깨끗하고 맑은 글쓰기의 전범(典範)으로 꼽힌다.

올해로 25주기를 맞은 문학평론가 김현이 타계하기 1년 전에 난을 돌보던 모습.
올해로 25주기를 맞은 문학평론가 김현이 타계하기 1년 전에 난을 돌보던 모습. /문학실험실 제공
김현의 제자와 후배들이 세운 사단법인 '문학실험실'은 9월 22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김현 비평의 역동성'을 주제로 한 포럼을 연다. 소설가 이인성, 시인 김혜순, 평론가 정과리·성민엽씨가 발기한 문학실험실은 최근 제1회 '김현문학패' 수상자로 시인 성기완과 소설가 한유주를 선정하기도 했다. 문학의 통념을 해체한 언어 체계와 상상력의 실험 정신을 옹호한 김현의 비평 척도에 걸맞은 작품을 써온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문학실험실은 '한국 문학을 황폐화시키는 악성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실험적 상상력이 발현되는 독립 문학 공간을 지향한다'며 지난 5월 출범했다. '소수 집단을 위한 순수 문학과 실험 문학'의 창작을 북돋는 출판과 지원 사업을 펼친다. 김현이 남긴 문학론을 설립 취지로 내세웠다. '유용함은 인간을 억압한다. 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쓸모없는 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이다.'

제1회 김현문학패 수상자 성기완(왼쪽)과 한유주.
제1회 김현문학패 수상자 성기완(왼쪽)과 한유주. /문학실험실 제공
평론가 정과리씨는 "김현의 문학론이 오늘날 한국 문학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데 유효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문학의 침체를 야기한 중요한 원인이 상업주의의 득세이고, 더 나아가 상업주의가 한편으로 정치 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의 정당성을 강취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자기 합리화 과정 속에 문학적 권위마저 독점 차지하려고 한 과도한 욕망의 분출이기 때문이다. 김현의 관점은 문학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문학이 다른 삿된 의도에 의해 써 먹혀서는 안 되며, 그것들에 저항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이라는 점을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22일 열릴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평론가 조재룡씨는 "상상력과 언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 김현 비평의 핵심이었다"고 풀이할 예정이다. 김현은 '언어가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에 문학은 시대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면서도 '문인 개개인이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상상력 속에서 양식화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현 비평은 현실 반영의 내용만 강조하는 참여 문학을 비판했고, 현실을 외면한 채 형식만 탐구하는 탐미주의도 거부했다. 그의 비평은 4·19세대뿐 아니라 70·80년대 신인들의 실험 문학에 담긴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고 형식과 내용의 상관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그가 48세로 세상을 뜨자 숱한 시인들이 "내 시를 제대로 읽을 사람을 잃었다"고 탄식했을 정도였다.

김현의 비평은 '전체에 대한 통찰'로 요약되기도 한다. 그는 "하나의 부분이란 하나의 바둑돌과 같아서 그것은 다른 돌과의 관계 속에서만 생동하는 가치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문학을 이루는 언어와 상상력과 현실의 관계를 통합해서 조명하려고 한 것이다. 문학을 통해 나타난 한 시대의 다양하고 복잡한 '꿈'을 풀이해내면서 작가들이 의도한 것은 물론이고 무의식의 영역도 들추어냈다. 황지우 시인은 "나도 모르는 내 내면을 김현 선생의 비평을 통해 깨달았다"고 한 적이 있다.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으로 평론가들의 비평 정신이 회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현은 비평이 창작을 지도하던 70·80년대 문학을 이끌면서 책만 파고든 게 아니라 작가들과 자주 만나 정열적으로 대화하기도 했다. 김현 25주기를 계기로 비평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문단에서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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