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발방지 약속 빠졌다?...대북 심리전 재개로 압박

입력 2015.08.25 12:33 | 수정 2015.08.25 12:37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사항에서 북측의 명확한 책임과 사과 표명, 재발 방지 약속이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남북은 공동 발표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공동 발표문에서는 ‘지뢰 도발’이 아닌 ‘폭발’로 표현했고, ‘지뢰 폭발’의 원인 제공자가 북측이라고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측이 명확히 사과하지 않고, ‘유감 표명’이란 표현으로 두루뭉술 넘어간 게 아니냔 비판을 제기한다.

또 공동 발표문에는 북한의 재발 방지에 대한 명시적인 문구가 없다. 때문에 북한이 언제 또다시 지뢰 도발이나 포격 도발 같은 도발을 감행할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북한은 매번 남북 합의 뒤 도발을 자행했다”면서 “북한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만큼 북한이 언제 또 합의 사항을 뒤집고 도발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우리 측 수석 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그것은 (3항에 언급돼 있는) ‘비정상적인 사태’와 다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새벽 청와대에서 남북 공동 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새벽 청와대에서 남북 공동 발표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공동 발표문 제3항에는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돼있다.

김 실장은 또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며 “우리가 고민한 것은 어떤 조건 하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킬 것이냐, 즉 재발 방지와 연계를 시켜 가지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 가지로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대북 심리전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휴전선을 접한 북한 최전방 지역에 배치된 장병들은 외부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채 왜곡된 정보만 제공받는다. 그러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될 경우 최전방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북 심리전은 가장 강력한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사활(死活)을 걸었을 것”이라면서 “대북 심리전은 북한 김정은 정권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무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합의 사항을 쉽사리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회담장을 뛰쳐 나가지 않은 것은 대북 심리전 중단이 절체절명의 과제인데 남북 대화 말고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공동 합의문에 재발 방지 약속이란 명시적 문구가 없더라도, 북측이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대북 심리전 재개라는 압박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어기고 다시 도발을 감행할 경우엔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을 즉각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북측이 쉽사리 합의 사항을 어기진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당분간은 추가 도발을 자제하겠지만,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은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제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주 개발의 국가 정책이고 주권사항’이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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