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서 漢字, 병기 또는 각주로 넣겠다"

    입력 : 2015.08.25 03:00 | 수정 : 2015.08.25 11:25

    [정부, 2018년 한자병기 추진]

    한자교육 활성화 공청회서 贊反 세력 간 고성·몸싸움
    "동북아 시대에 필요" 주장에 "사교육 심해져" 반론도 커
    교육부 "부담 줄이기 위해 시험 문제로는 안 낼 것"

    요즘 젊은 세대가 한자(漢字)를 너무 몰라 기초적 단어의 의미조차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倂記)하거나 각주(脚註) 형태로 함께 쓰는 방안이 추진된다. 앞서 작년 9월 교육부는 이르면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한자를 한글과 병기하는 등 한자 교육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고, 이를 위해 오는 9월 고시(2015 개정 교육과정)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24일 한국교원대에서 '초등학교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은 공청회 주제 발표를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본문 안 한자어 옆에 괄호를 치고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본문 옆 여백이나 각주에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 △단원 끝에 주요 학습 개념을 제시하며 한자를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자 문맹(文盲)' 막아야"

    초등학교 한자·한글 병기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어려서부터 기초적 한자 교육은 해야 '한자 문맹(文盲)'을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말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애국가 가사 중에 '하느님이 보우(保佑·보호하고 도와줌)하사~'에서 '보우'를 한자로 표기하면 명확한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글 전용' 정책을 고수하면 한글을 깨친 학생은 누구나 쉽게 글을 읽을 수 있지만, 점차 어휘력이 부족한 빈어증(貧語症)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24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한자교육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위 사진)와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교내에서 각각 시위를 벌였다. 이날 한자 병기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단상에 올라가 피켓 시위를 하면서 공청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아래 사진).
    24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한자교육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위 사진)와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교내에서 각각 시위를 벌였다. 이날 한자 병기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공청회 전에 공지된 공청회 제목(한자교육 관련 공청회)과 달리 '초등학교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로 일방적으로 공청회 제목이 바뀌어 있다"며 단상에 올라가 피켓 시위를 하면서 공청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아래 사진). /서효정 인턴기자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는 "어린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은 처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빈어(貧語)가 전 과목 학습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우리는 중국과 일본 등과 같이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어 한자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자 교육을 통해 중국어·일본어를 배우는 유리한 언어 여건을 유지하는 것이, 부상하는 동북아 시대에 한국 경제가 살 길"(진태하 인제대 교수)이란 주장이다.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쪽에선 "어릴 때부터 한자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교육 효과가 크다"면서 "농부가 좋은 농기구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수확을 많이 올릴 수 있는 것처럼 어려서부터 문자를 많이 아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 한자 교육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진숙 연구위원의 '초등학교의 바람직한 한자 교육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교사 응답자 중 77%, 학부모 응답자 중 89.1%가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사교육만 조장할 것"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는 것을 반대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반대 이유 중 하나는 사교육 조장이다. 한희정 서울 유현초 교사는 이날 공청회에서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교사·학생에게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더는 우리 아이들을 학습하는 기계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글은 한자 어원을 정확히 몰라도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한자 표기가 특히 초등학생의 읽기 능력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반대하는 쪽 주장이다.

    이에 교육부는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하면서도 학습 부담이 느는 부작용은 되도록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표기하더라도 시험 문제를 내지는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실시할 경우 초등학교 기준 적정 한자 수는 300자에서 600자 사이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자 병기 교과서를 몇 학년, 무슨 교과에서 시작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는 방안에 대해 찬반양론이 거세게 충돌해 공청회 내내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찬반 여론이 대립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여론 수렴 과정 등을 통해 구체적 한자 병기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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