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작 12편이 확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는 최근 8월 독회를 열고 김중혁의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문학동네)과 안성호 장편 소설 '달수들'(문학과지성사)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이미 본심에 오른 10권의 단행본은 김채원의 '쪽빛 노래', 심상대의 '나쁜 봄',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김태용의 '벌거숭이들',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 전성태의 '두 번의 자화상', 김성중의 '국경 시장', 구병모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한은형의 '긴 여름의 너구리', 강희진의 '포피'다. 심사위원회는 9월 중 12편 중에서 4편을 최종심 후보로 고른 뒤 다시 모여 무기명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김중혁 소설집은 진정한 인간관계를 훼손하는 현실을 뒤집어보는 기발한 시각으로 관계의 의미 회복을 지향한 단편 모음집이다. 심사위원들은 김중혁 소설집에 대해 "이야기를 만드는 재치와 재주가 대단하다"는 호평과 아울러 "아이디어는 좋은데 소설 속의 한 장면을 갖고 이야기를 꾸미는 게 아닌가"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한 심사위원은 "이 책에서 포로노 여배우 이야기는 관능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가 시장의 상품이 돼 의미가 없어진 현실을 보여준다"라며 "그 여배우가 인간관계를 파괴해야 생업을 유지하는 것처럼 진짜와 가짜가 뒤바뀐 삶이 알코올 중독자의 이야기와 현실의 지반이 파괴된 지진 이야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고 풀이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포르노 여배우도 관능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 뒤바꾸는, 상식을 뒤집는 시각이 새롭고, 잘 읽히면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기존의 경쾌함이 많이 가라앉고, 휘발성의 재미가 아닌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성숙한 태도가 돋보였다. 사랑과 질투와 연민, 외로움, 하찮음이 다 들어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일부 심사위원은 "소설을 쓰다가 만 느낌이 들 때가 있다"라거나 "소설을 조립하는 아이디어만 돋보일 때가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안성호 장편은 꿈과 현실의 위상을 뒤집어 본 백일몽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꿈을 신선하게 다뤄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옹호론과 "흥미롭긴 한데 판단하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신중론으로 나뉘었다. 호평한 심사위원들은 "현실을 뒤집는 꿈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더 뒤집어 본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꿈 자체가 현실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렸다. 인간의 망상이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꿈의 증폭 현상이 현실 자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망상이 현실을 끌고 가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의견을 달리한 심사위원들은 "여러 꿈이 나오다 보니 누가 소설의 주인공인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라면서도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시간과 공간을 막 흔들어놓으니까 헷갈리지만, 소설의 상투성을 벗어나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