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직전까지 백합·성경책 손에 들고 "진실"거론한 한명숙

입력 2015.08.24 15:33 | 수정 2015.08.24 15:48

불법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71) 전 총리가 24일 오후 2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2010년 검찰 수사 당시 ‘표적수사’라고 비난하고,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정치재판’이라고 맹비난했던 한 전 총리는 수감 직전에도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 앞에서 “사법정의가 죽었다” “진실은 밝혀진다”고 했다. 청렴과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을 손에 든 그에게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성경책을 건네기도 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후 1시가 넘어서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한 전 총리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행사를 ‘한명숙 총리를 보내는 진실배웅’이라고 했다. 지지자들 손에는 백합이 들려 있었다. 한 전 총리는 2011년 10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백합을 들고 기자들 앞에 서 ‘검찰에 내린 유죄선고’라며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한명숙 총리님 살아오신 길은 이 나라 민주주의 모습입니다’ ‘한명숙 총리에게 미친 판결을 내린 대법원 해체시켜라!’라고 쓰인 종이를 든 지지자들도 보였다.

오후 1시38분쯤 한 전 총리가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모습을 보였다.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한 전 총리는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장례식 가기 위해 검은색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 전 총리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여성 지지자들 대부분 눈물을 보이며 울먹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한명숙은 무죄다. 삼척동자도 아는 내용이다”고 했다. 그는 국회 법사위 소속이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이 “우리 어머니 같고, 큰 누님 같은 한명숙 총리를 차갑고 어두운 독재 아가리 속으로 보내야 하는 그런 순간을 맞았다”며 한 전 총리를 소개했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한 전 총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했던 정치 탄압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안녕을 고하고 교도소로 들어간다”며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 있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 때 진실은 밝혀진다”고 말했다. 이어 “당당히 어깨 펴고 함께 모인 여러분 체온을 느끼면서 들어가겠다”며 “어려운 시기에 조용한 휴식처로 들어가 쉬게 될 게 죄송하고 부끄럽다. 한명숙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진성준 의원이 “한명숙은 무죄다”고 수차례 선창(先唱)하자 지지자들도 따라 외쳤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한 전 총리가) 반통일, 반평화, 반경제, 반민주주 상황을 뒤로하고 들어가시는 게 안타깝고 죄스럽다고 했는데, 돌아오시는 날 정의가 승리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싸우겠다”고 했다.

진 의원은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배웅하겠다”고 했다. 1시 55분쯤 한 전 총리는 지지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배웅식’에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진성준, 장하나, 김현, 김광진, 임수경, 유승희, 신경민, 정청래, 서영교, 배재정, 박범계 의원과 정봉주·장영달 전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전·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로부터 성경책을 건넨받고 있다. /뉴시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로부터 성경책을 건넨받고 있다. /뉴시스
한 전 총리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법조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 전 총리는 거물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 특혜를 누리고도 결과가 마음에 안든다고 정치재판으로 몰고 갔다”며 “총리까지 지낸 분이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는 건 우리 사법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의원 신분임이 감안돼 불구속 재판을 받았다. 반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3억5000여만원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정두언 의원(무죄 확정)이나 이상득 전 의원 역시도 한 전 총리보다 낮은 금액을 수수한 혐의였지만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2011년 정봉주 전 의원 수감때처럼 형(刑) 집행을 앞둔 피고인이 구치소 바로 앞에서 정치행위에 가까운 일을 벌이는데도 그냥 지켜본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한 전 총리의 경우 형이 확정됐는데도 검찰이 신병 정리나 건강검진을 이유로 집행을 미뤄준 것도 문제지만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법치를 조롱하는데도 검찰은 지켜만 봤다”며 “일반인이 구치소 정문 앞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면 가만히 두고 봤겠느냐”고 했다.

서울구치소로 들어간 한 전 총리는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건강진단·목욕, 물품 등을 지급받고 수인(囚人)번호를 부여받은 뒤 지정된 감방에 수감된다. 서울구치소는 미결수가 수감되는 시설이지만 기결수인 한 전 총리는 서울구치소에 머문 뒤 수형자 등급분류 절차에 따라 교소도로 이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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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달러 사건' 취재 기자가 본, 한명숙의 '거짓말' 최원규 디지털뉴스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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