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北의 태도

입력 2015.08.24 03:00

[南北 고위급 접촉]

①먼저 대화 제의 ②대한민국 국호 사용 ③홍용표 장관 대화상대 인정

접촉 성사 신속 보도하고 판문점 남측 내려와 협상
"北의 지연전술" 분석도

북한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과정에서 몇 가지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한 북한은 청와대가 22일 접촉 성사 사실을 발표하자 1시간 30여분 만에 신속하게 보도했다. 또 '남조선'이라는 통상적 호칭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황병서 동지와 김양건 동지가 현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판문점에서 긴급 접촉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북한은 평소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 당국' 등으로 불렀다. '대한민국' 호칭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이후 처음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23일 "북한이 '대한민국'이라고 한 것은 우리에 대한 예우를 한 것이며 대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은 23일 조선중앙TV에서 '남조선 괴뢰'라는 표현을 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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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접촉 진행 일지
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의 파트너로 격(格)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던 홍용표 장관을 고위급 접촉 상대로 먼저 지목한 것도 달라진 것이다. 북한은 고위급 접촉에 김양건 비서가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오라는 우리 측 수정 제안에 대해 22일 황병서·김양건이 나가겠으니 김관진 실장과 홍 장관이 나오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 21일엔 김양건 비서가 김관진 실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 대해 홍 장관이 답신을 보내자 "명의가 맞지 않는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2013년 남북 장관급 회담 추진 때도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파트너로 김양건이 나와야 한다는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북한 대표단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내려와 대화를 한 것도 북한의 저자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대화 장소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일단 한 발 물러서 꼬리를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수석 실장은 "미국과 중국 등 국제 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하게 도발하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먼저 대화를 제의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얻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것을 두고 우리의 강력한 시그널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금 가장 불안한 것은 북한이다. 우리가 총력 대비를 하고 있고 미국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도발에 강력 응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박근혜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했다는 얘기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통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회담 제안이 지연·기만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책연구소 한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로 긴장 국면을 풀려고 노력했다는 명분을 축적하면서 추가 도발 준비를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면서 뒤에서 도발을 준비하는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전술'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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