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빈손으로 協商하는 정부

    입력 : 2015.08.21 03:00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노사정위를 재가동하려 하지만 재개부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18일 중앙집행위를 열고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논의하려 했지만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혀 오는 26일로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정부 책임이 크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노동 개혁과 관련해 노동계에 협상용으로 쓸 만한 카드를 미리 써버려 지금은 빈손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부터 그렇다. 국회는 지난 2013년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처리하면서 임금피크제는 선언적인 조항으로 해놓았다. 노동 현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하다.

    최저임금 인상도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하는 사항이어서 협상용으로 쓸 수 있는 좋은 카드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최저임금을 작년과 올해 7.2%와 7.1% 인상했고, 내년에도 8.1% 올리기로 했다. 현 정부 들어 3년 연속 7%가 넘는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4860원에서 6030원으로 24.1% 오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가 미리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것처럼 바람을 잡는 바람에 노동계는 너무 인상 폭이 작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연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 대책, 최근 발표한 실업급여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담화를 발표하면서 "실업급여를 현재 평균 임금 50% 수준에서 60%로 올리고, 실업급여 지급 기간도 현행보다 30일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담화를 보고서야 실업급여 내용이 들어간 것을 알고 서둘러 정책 세부 사항을 내놓았다. 3개월 이상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한 비정규직 대책도 얼마든지 협상용으로 제시할 수 있는 카드였다.

    만약 정년 연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 종합 대책, 실업급여 확대를 노사정위에서 한꺼번에 제시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전문가들은 이 정도 조건이면 노동계가 임금피크제나 임금 체계 개편 등의 수용을 심각하게 검토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미리 패를 보이는 바람에 더 이상 노동계에 제시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17일 국회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모임에서 "(정부가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인 국면에서) 노동계 지원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가슴이 덜컥한다" "(노동계 지원을 발표해) 줄 것은 미리 다 주고 나면 나머지만 갖고 어떻게 협상하나"라고 말했을까.

    청년 실업 완화를 위해 노동시장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노동계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도 조직이므로 노선을 바꾸려면 내부 설득을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도 "위원장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한다. 협상 카드들을 미리 소진하고 빈손으로 양보만 요구하는 정부를 보면 '손발이 안 맞아도 저렇게 안 맞고, 협상 전략이 없어도 저렇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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