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미 프로야구(MLB) 데뷔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그는 1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벌인 홈경기에서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조시 콜맨터의 124㎞ 체인지업을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9m짜리 시즌 10호 포였다. 강정호는 한국인 타자론 처음으로 빅리그 첫해에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최희섭은 데뷔 3년 차(2004년 15개), 추신수는 4년 차 되던 해(2008년 14개)에 처음 기록했다.

8월 부진 날린 한 방

7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으로 뽑히면서 맹활약했던 강정호는 이달 들어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앞선 경기까지 그의 8월 타율은 0.200(45타수 9안타). 타구의 질은 메이저리그 적응기였던 4월보다 나빴다. 안타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4월(19%)보다 낮은 15%에 그쳤다. 팀 3루수 조시 해리슨의 부상 이후 34경기 연속으로 출전하면서 쌓인 피로가 저조한 성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강정호 홈런일지
"킹캉을 맞이하라" -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가 1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벌인 MLB 홈경기에서 7회 1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서자 동료들이 두 팔을 올렸다 내리는‘킹캉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괴수 고릴라가 등장하는 영화‘킹콩’의 킹과 강정호의 성(姓)을 합친 말인‘킹캉(King Kang)’은 강정호의 새 별명으로, 파이리츠 팀원들은 최근 강정호가 홈런을 칠 때마다 킹콩 흉내를 내는 동작을 함께 한다.

파이리츠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다리가 지쳤다"면서 그를 17일 뉴욕 메츠전에서 뺐다. 18일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도 7회 교체하면서 체력 안배를 해줬다. 그러자 강정호의 방망이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날 5회 우전 안타를 뽑아내면서 감을 잡았고, 다음 타석에서 손맛을 봤다. 동료들은 그의 별명 '킹캉(King Kang·킹콩의 킹과 강정호의 성(姓)을 합친 말)'에서 착안한 킹콩 세리머니를 다 같이 펼치면서 홈런을 친 강정호를 반겼다.

강정호는 앞으로 아시아 내야수 데뷔 시즌 최다 홈런에 도전한다. 그간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메이저리그 첫해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건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2루수 이구치 다다히토가 기록한 15개였다. 후반기 치른 27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터트린 강정호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2006년 조지마 겐지(당시 시애틀 매리너스·포수)가 세운 '아시아 선수 첫해 최다 홈런 기록(18개)'까지 넘볼 수 있다.

끝내기는 호수비에 무산

기분 좋은 홈런 뒤엔 아쉬움이 뒤따랐다. 8―6으로 앞선 9회초 수비에서 평범한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려 선두 타자를 1루로 내보냈다. 파이리츠는 이후 2실점 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강정호는 9회 말 공격에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1사 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 안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정호는 상대 투수 데이비드 에르난데스의 154㎞ 직구를 밀어 쳐 총알 같은 직선 타구를 뽑아냈다. 하지만 그가 때린 공을 다이아몬드백스 1루수 폴 골드슈미트가 점프하며 잡아냈다. 안타가 되는 줄 알고 2루를 떠났던 주자 앤드루 매커친까지 아웃됐다. 끝내기 찬스를 놓친 강정호는 더그아웃에서 헬멧을 강하게 집어던지면서 아쉬워했다.

다행히 팀은 연장 15회에 터진 페드로 플로리먼의 끝내기 3루타로 5시간11분간 진행된 '1박2일' 경기를 9대8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홈런을 포함해 7타수 2안타(2득점·1타점)를 기록한 강정호는 0.285(333타수 95안타)의 시즌 타율을 유지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3)는 이날 시애틀 매리너스와 벌인 홈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이후 네 경기 연속 안타. 시즌 타율은 종전의 0.245에서 0.246(387타수 95안타)로 소폭 상승했다. 팀은 2대3으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