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아 관문인 톈진(天津)항 인근 주민은 요즘 '비가 온다'는 예보가 가장 무섭다. 톈진항 대폭발로 유출된 시안화나트륨(청산소다)이 비에 녹으면 독가스인 시안화수소를 생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환경 당국은 17일에도 "폭발 당시 청산소다 일부가 유출됐지만, 현재 공기 오염은 없으며 톈진항 인근 강과 바다도 깨끗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에는 '강우 시 행동 준칙'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톈진 사고 이후 첫 비가 내릴 때는 절대 피부에 닿아선 안 된다" "비 맞은 우산은 안팎을 모두 닦아야 한다" 등의 내용이다. 유독 물질이 바람을 타고 160여㎞ 떨어진 베이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중국 정부는 "유언비어"라고 했다.

나흘 만에 현장 간 리커창 “정확한 데이터 공개할 것”- 리커창(李克强·오른쪽 둘째) 중국 총리가 사고 나흘 만인 16일 현장을 방문해 환경지표 계측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정확한 데이터를 즉각 대중에게 발표할 것을 강조했다.

불신의 근원은 사고 현장에 있던 청산소다 700t의 행방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은 수백t의 청산소다가 존재했다는 것만 확인하고, 누출된 규모 등에 대해선 설명을 못 하고 있다. 12일 사고 직후 당국은 "청산소다 등 위험물을 보관하던 물류회사의 서류가 폭발로 사라져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청산소다 700t이 모두 사라졌다"는 말이 확산하자, 그때야 "일부만 누출됐고, 나머지는 통제 범위에 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베이징군구의 스루쩌(史魯澤) 참모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화학물질(청산소다)이 비를 맞으면 독가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비가 오기 전에 화학물질을 깨끗하게 치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당국 스스로 '비가 오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민심이 악화하자 리커창 총리는 16일 부랴부랴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통제선 밖에서 "현장의 대기·물·토양 오염 수치를 한치 숨김도 없이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우리집 사달라” 주민들 시위 - 톈진항 폭발이 일어난 사고 지점에서 600m 떨어진 아파트의 주민들이 ‘600m 하이강(아파트 이름)’ ‘당을 사랑하고, 정부를 믿으니 우리 집을 사 달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발 현장의 청산소다 대부분을 17일 저녁까지 수거해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발로 널브러진 1만6500여개의 빈 컨테이너가 제거 작업을 방해하는 상황이다.

인재(人災)일 가능성도 계속 커지고 있다. 신경보는 이날 "사고가 난 물류회사는 원래 일반 자재만 취급할 수 있었지만, 사고 두 달 전에 유독 물질 취급 허가를 받았다"며 "이 회사의 대주주는 전 톈진항 공안국장의 아들"이라고 전했다. 정경(政經) 유착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폭발 당시 외국 수입차 8000여대(현대·기아차 4000여대 포함)가 모두 불에 타 경제적 손실액만 40억위안(약 735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환구시보가 전했다. 보험회사의 관련 배상액은 최대 100억위안(약 1조8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고 사망자는 114명으로 늘었으며 실종자는 7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