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대문 현충사 못지않게 부끄러운 일

    입력 : 2015.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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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기 사회부 기자

    "순국선열(殉國先烈)의 뜻을 아십니까?"

    행정자치부 관계자의 한마디 말에서 시작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 '현충사'에 대한 취재는 '나 역시 광복을 위해 싸웠던 이들에 무심했구나'라는 부끄러움과 함께 끝났다. 순국선열은 일제 강점기 전투·고문 등으로 사망한 독립운동가를 의미하는데, 이들의 위패를 모신 현충사는 무관심 속에 17년간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순국선열의 정확한 뜻조차 몰랐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2년 전 미국 LA의 야구장에서 만났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 고(故) 안수산 여사를 떠올리게 했다.

    2013년 7월 LA 다저스타디움에선 '코리아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안 여사는 퇴역 군인들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미국 이름으로만 소개됐다. 야구장을 찾은 한국 기자나 교민은 구장 한편에 앉은 '한국인 할머니'가 누구인지 대부분 몰랐다. 류현진과 추신수, 걸그룹 소녀시대에 모두 열광하는 동안 안 여사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날 안 여사를 만나 "수많은 한국인을 보니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녀의 정체를 알고는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안 여사는 1942년 '독립을 위해선 일본과 직접 싸워야겠다'는 생각에 미 해군에 입대해 여성 포격술 장교로 활약했다고 한다. 이어 정보 부서에서 일하며 일본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탰다.

    안 여사는 지난 6월 LA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광복 70주년이지만 국내에선 그녀의 별세에 큰 관심을 두는 이가 없었다. 반면 미 해군은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공적을 치하하고 감사 메시지를 전해왔다.

    현충사 역시 안 여사처럼 광복 70주년에도 우리 관심 밖에 있었다. 현충사를 관리하는 순국선열 유족회는 "몇 년 동안 공문을 보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국회와 보훈처가 (현충사가 방치됐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 움직이고 있다"며 "씁쓸하다"고 했다. 나라 위해 몸바친 이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없다면, 건물마다 걸린 대형 태극기와 화려한 광복절 행사 무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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