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국선열 위패 모신 곳이 17년간 창고 취급받았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5.08.13 03:21

12일자 조선일보 8면의 '17년간 아무도 찾지 않은 순국선열 2835명의 위패'라는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기가 찼을 것이다.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의 현충사는 1997년부터 순국선열들 위패(位牌)를 모셔 왔다. 그런데 작년 4월 새로 순국선열유족회장을 맡은 김시명 회장이 자비(自費)로 해설사를 고용하기 전까지 17년 동안은 자물쇠를 채워놓고 방치해뒀다는 것이다.

순국선열이란 일제강점기에 의병·독립군으로 전사하거나 독립 투쟁 중 일제에 피살·사형·옥사(獄死)한 분들을 말한다. 일제 총독에게 폭탄을 투척했으나 뜻을 못 이루고 체포돼 사형당한 강우규 의사, 독립군을 지휘해 청산리 전투 등에서 전과를 세운 김좌진 장군 같은 분들이다.

이 현충사는 1997년 서울시가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구한말 독립협회의 활동 공간이었던 독립관을 복원하는 형식으로 지었다가 순국선열들 사당으로 쓰기로 하고 순국선열유족회에 관리를 위탁했다. 보훈처는 2003년 현충사를 국가 현충 시설로 지정했다. 그러나 그 후 서울시는 유족회에 관리·운영을 맡겼다는 이유로, 보훈처는 서울시 시설이라는 이유로 서로 미루며 현충사를 방치해왔다. 아무 지원을 받지 못한 유족회는 17년 동안 출입구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있다가 작년 유족회 집행부가 바뀐 뒤에야 시설을 공개해 일반 참배를 받기 시작했다.

조국 광복을 위해 몸 바친 분들 위패가 모셔진 장소를 창고처럼 내버려 두면서 광복절 기념식만 거창하게 거행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우리가 어떤 분들의 희생을 딛고 오늘날 산업화·민주화를 성취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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