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재발견 (8)

건축가 3명이 50년된 노후주택 개조해 만든 사무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건축사사무소에서 보내는 젊은 건축가 세 사람은 사무실도 내 집처럼 편하고 쾌적하게 만들고 싶었다.
작년에 은평구 응암동의 약 25평짜리 노후주택을 개조해 이들의 바람이 담긴 '사옥'을 만들었다.
종일 머리를 싸매고 일하다가도 언제든 산책할 수 있는 작은 마당이 마련된 이들의 사무실을 공개한다.

건축가 3명이 50년된 노후주택 개조해 만든 사무실

입력 2015.08.06 16:53 | 수정 2015.08.06 18:40

건축사사무소 디자인밴드요앞의 김도란·류인근·신현보 공동대표 겸 소장은 하루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12시간 넘게 일하는 날이 태반이다. 그래서 사무실도 내 집처럼 편하고 쾌적하게 만들고 싶었다.

3명의 건축가는 각자 졸업 후 대형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만났다. 그러다가 회사를 나와 지난 2013년 7월 ‘디자인밴드요앞’이라는 건축사사무소를 차렸다. 창업 당시 첫 사무실은 홍익대 근처 합정동에 있었다. 임대료가 비싼만큼 업무공간도 좁았고 일반 점포건물이라 갑갑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건축설계사무소 '디자인밴드 요앞'의 모습. /박상훈 기자
이들은 하루종일 머리를 싸매고 일하다가 잠깐이라도 산책할 수 있는 작은 마당을 꿈꿨다. 세 사람 모두 개를 좋아해 반려견을 키울 공간도 있었으면 했다. 외부인이 상담을 하러 올 때면 딱딱한 사무실이 아니라 집 앞 카페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러던 작년 젊은 건축가 3명은 은평구 응암동 주택가 골목 깊숙히 있는 약 50년된 25 평짜리 노후주택을 개조해 ‘사옥’을 마련했다. 임대료는 합정동과 거의 비슷한 수준(110만원)이지만, 공간은 더 넓어졌다. 무엇보다 마당이 생겼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쉼터도 만들었다. 신현보 디자인밴드요앞 소장(건축사)은 “합정동보다 현재 사옥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사무실은 넓어지고 차분해졌다”며 “업무 환경의 질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원래 있던 노후주택은 1966년에 지어진 것이다.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들고 지붕은 소나무로 엮은 오래된 집이었다. 수십년전 토지 소유자들이 택지를 이리저리 쪼개 나눠갖다보니 대지가 반듯하지 못했다. 집이 높은 빌딩에 둘러싸인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자동차가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집주인이 대지를 처분하기도 어려웠다. 집이 노후해서 어차피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디자인밴드요앞은 직접 공사비를 부담하는 대신 보증금은 적게 내고 주택을 사무실로 임차하기로 했다.
디자인밴드요앞은 공사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기존 벽체와 지붕 골조는 대부분 남겨뒀다. 삼각형 모양의 뒷마당도 거의 손대지 않았다. 기존 집은 거실을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하나씩 있었다. 거실은 미팅룸으로 바꿨다. 왼쪽 방은 책상을 넣어 업무 공간으로 쓴다. 오른쪽 방은 카메라와 조명기구를 설치했다. 설계 모형을 찍기 위한 스튜디오를 만든 것이다. 야근을 할 때면 미팅룸 옆 주방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

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열고 닫는 방문은 없앴다. 대신 거실(미팅룸)에서 봤을 때 방(업무 공간) 안이 다 들여다 보이지 않게 문틀을 두껍게 만들었다. 류인근 소장은 “두꺼운 문틀이 가림막 역할을 한다”며 “비용 절약을 위해 직접 톱질을 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래 거실(미팅룸)에 있던 유리창은 떼어내고 통유리를 설치했다. 미팅룸의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유리창 너머로 앞마당과 잔디벽이 보인다.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반려견들이 유리창을 통해 사무실 안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김도란 소장은 “원래 미팅룸에 앉아서 창 밖을 보면 회색 담이 보였는데, 인공 잔디를 벽에 깔아서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옥 현관으로 통하는 앞마당엔 나무 데크를 깔았다. 뒷마당은 거의 손대지 않아 나무가 무성하다. 지붕을 확장해 옥상 공간을 만들 구상도 했지만 포기했다. 기존 주택이 워낙 낡아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지붕을 손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대문의 윗부분에 잔디를 깔고 계단을 놓아 1인용 쉼터를 만들었다. 류인근 소장은 “한꺼번에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설계를 해야하는 직업이라 종종 머리를 환기시키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마당과 대문 위 옥상이 혼자서 머리를 식힐 쉼터가 된다”고 말했다.

공사비는 평당 140만원 수준,
건축가들은 낮엔 업무를 보고
저녁엔 톱과 망치를 들었다

공사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건축가 3명이 직접 공사에 참여했다. 공사비는 가구 제작 비용을 합해 3500만원이 들었다. 평당 140만원 수준이다. 거주할 집을 만드는게 아니라,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덜 들어갔다. 물론 설계도 직접 했기 때문에 설계비용도 따로 지출하지 않았다.

건축가들은 낮에는 미팅을 하고 업무를 보다가 저녁엔 톱과 망치를 들었다. 페인트칠도 직접 했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재도 사치 부리지 않고 검소한 수준으로 구매했다. 신현보 소장은 “다른 사람의 집이나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자재를 쓰고 전문 인부를 고용해 꼼꼼하게 공사했을 것”이라며 “어차피 우리가 사용할 공간이고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비를 아끼는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마당에 나무 데크에 사용한 자재도 저렴한걸로 골랐고 페인트칠도 여러 번 칠할 것을 한번만 칠하는 식으로 공사비를 아꼈다. 미팅룸 빼고 나머지 방의 낡은 창틀과 창문도 예전 것을 그대로 남겨뒀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소나무를 엮은 옛날 지붕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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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공사 전(위)과 완공 후(아래) 모습/사진=디자인밴드요앞
이들은 만일 설계와 인테리어를 외부에 맡기고 전문 시공팀까지 불렀다면 공사비가 6000만원 이상 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도란 소장은 “주택을 신축하든 개·보수(리모델링)하든 어떤 자재를 쓰고 인력이 얼마나 투입되는지에 따라 공사비는 정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디자인밴드요앞은 다가구주택·단독주택 등 주거용 건물과 게스트하우스·사무실·매장 등 상업용 건물 및 공간을 디자인·설계하는 건축사사무소다. 3명의 건축가 모두 건물과 공간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 태안군 바닷가에 반려견 펜션 ‘멍집’을 지었다. 한창 개발 중인 광교신도시엔 게스트하우스 ‘예네’와 상가 건물 ‘코너스톤’을 신축했다. 반려견용 집 ‘개뾰족’도 직접 디자인해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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