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 수장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집결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등 5~6일 이곳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연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4일 도착했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만 5일 밤에 합류한다. 지난달 14일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6자회담 당사국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공식 회의보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을 논의할 6자 간의 장외(場外) 접촉이 외교가의 더 큰 관심사다.
윤 장관은 이번 ARF를 계기로 중국·러시아 등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일본과의 양자·3자 접촉도 추진 중이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과거사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가 관심사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남북 외교 수장 간의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날 유엔 주재 차석대사를 지낸 리동일(외무성 부국장 추정) 등 수행원 8~9명을 이끌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리수용은 공항과 숙소에서 "윤병세 장관을 만날 것이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다. 리수용이 왕이 부장과 만나 악화일로인 북·중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이번 ARF의 관전 포인트다.
해외 언론의 관심은 5일 오전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ARF의 최대 이슈인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충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