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실업·취업 문제는 향후 4~5년간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당장 올해부터 20대 인구 증가세가 시작돼 2018년까지 해마다 3만~6만명이 전년 대비 증가해 취업문은 더욱 좁아진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300인 이상 대기업, 2017년부터는 그 미만 중소기업에 60세 정년이 시작된다〈그래픽〉. 노동시장 진입 인력은 많아지는데 빠져나가는 사람은 줄면서, 질 낮은 일자리를 맴도는 청년들은 '일자리 크레바스(crevasse)'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공산이 크다. 본지 기획 '장·청 대타협-청년에게 일자리를' 취재에 응한 대부분 전문가는 "정치권과 정부, 기업, 노조 그리고 국민이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이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급박하다, '원포인트 협약' 체결하라"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흡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 치밀하고,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선임연구위원은 '5년간 5% 원칙'을 제시했다. '일자리 크레바스'가 불가피한 향후 5년간 "상장기업이든, 500대 기업이든 범위를 정해, 전년 대비 수익 발생분의 5%를 청년 채용으로 돌리는 등 특별 대책을 실천하겠다는 '원포인트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노동력을 1회용품처럼 소모하는 '청년 인턴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5년간 청년 인턴의 50%를 반드시 채용한다"는 사회적 약속 체결을 주문하기도 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 채용 여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했다. 임금 체계의 근본적 개편도 필요하지만 여기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대기업 신입 사원의 초임을 낮춰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 고용을 더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잘나가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업종에 관계없이 대졸자 초임을 월 20만엔 정도로 표준화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0%가 90%에 길을 터줘야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인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노조'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노동 전문가 A씨는 "전체 근로자의 10%밖에 안 되는 이들이 90%(중소기업·비정규 근로자)의 길을 막고 있다"면서 "대기업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도 이 노조들"이라고 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2013년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다. 광주공장 노조가 사용자 측에 자기 자녀들의 채용 특혜를 요구해 사용자가 이를 수용해 합의하자, 당시 같은 공장 비정규직 근로자가 이를 비판하며 분신을 시도한 사건이었다. A씨는 "기존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양보하지 않는 한 청년 취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 노조는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청년 세대와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유연성보다 임금유연성부터
청년 고용 창출을 유인하려면, 사회안전망 확보를 전제로 기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더 쉽게 해야 한다는 데도 많은 전문가가 동의했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이 예상돼 이를 실천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한 전문가는 "고용유연성 확보가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임금유연성부터 먼저 해야 한다"면서 "오래 근무하면 그만큼 호봉을 더 올려주는 현재의 연공급 구조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오래 일했다고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철저하게 관철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했다.
과감한 중소기업 취업 유인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노동자의 88%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면서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등을 개선해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이 적고 장기적인 비전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청년들이 취업하기 꺼리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지금도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중소기업 취직 시 3년간 세금 납부를 면제하거나 5년간 재직 시 대학원 과정 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 중소기업에 연 108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한시적이라도 기업에 돈을 주기보다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금을 줘 중소기업 유인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재 지원한 인턴기자〈가나다순〉
이태윤(고려대 철학과 졸업)
임희강(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예정)
조준경(푸단대 역사학과 졸업)
최하은(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4학년)
함규원(서울대 윤리교육과 졸업)
※취재 도와주신 전문가 명단〈가나다순〉
강순희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교수
권 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동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대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노용환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류기락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박강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진한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신동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사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여 명 한국대학생포럼 대표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윤정혜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 대표
이호성 한국경총 경제조사·사회정책본부담당 상무
임성훈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원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조승수 청년이 만드는 세상 대표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선임연구위원
홍석철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