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으니 (언젠가) 이어질 것입니다. 정치가 문제지만 정치는 변하는 것이죠. 때가 오면 반드시 (유라시아) 열차는 달릴 수 있습니다."

28일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만난 러시아 원로 작가 아나톨리 김(76)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한국인·고려인들이 힘을 모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정치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남북 철도가 달리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반드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려인 출신 러시아 원로작가 아나톨리 김(오른쪽)과 부인 릴리야 김씨가 28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다. 1973년 단편 소설 '수채화'로 등단했고 1984년 '다람쥐'로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았다. 1997년 톨스토이재단이 창간한 러시아 최대 문학지 '야스나야 폴랴나'의 초대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외모는 영락없는 시골 할아버지지만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왼쪽 가슴엔 작년에 한국에서 받은 무궁화훈장을 달고 있었다.

'유라시아 친선 특급' 얘기를 꺼내자 그는 1997년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간 얘기를 꺼냈다. "(강제 이주를 당한) 우리 부모 세대의 고난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10일 동안 계속 달리는데 지금 같으면 힘들어서 못 탔을 거예요." 그는 이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는 한국과 러시아 모두에게 매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엔 러시아인 부인 릴리야 김(50)씨도 동석했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파티 때 만나 2012년에 결혼했다고 한다. 릴리야 김씨는 "남편의 모든 작품을 읽은 뒤엔 러시아의 다른 어떤 작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난 강릉 김씨이고 김시습의 후손"이라며 "남은 인생 시베리아 횡단 철도처럼 한·러 양국의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부부는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모스크바 재외 동포 주최 '유라시아 친선 특급' 환영 행사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