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46] 쓰레기장에서의 휴가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7.30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8월은 역시 휴가의 계절이다. 집에서 열심히, 진지하게 아무것도 안 하며 여름휴가를 보내는 이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새로운 장소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바로 가까운 쓰레기장이다. 혼자, 아니면 가족과 쓰레기장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왜 하필 냄새 나고 지저분한 쓰레기장이냐고?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먹다 남은 음식, 찌그러진 플라스틱, 깨진 유리잔, 망가진 가전제품…. 하지만 생각해보자. 만약 우주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면? 망가진 가전제품은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던 스피커였고, 다른 누군가를 세상과 연결해준 컴퓨터였다. 맛있는 음식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었을 것이고, 깨지기 전 유리잔은 멋진 와인으로 가득 차 있었을지 모른다.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즉 '너 자신도 언젠간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중세기 유럽 교훈이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허락되고, 타인의 고통은 무의미하게 생각하던 중세기. 삶의 한계와 존재의 초라함을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더 현명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주장을 해볼 수 있다. '과거의 희망과 행복이 오늘의 쓰레기라면, 오늘의 행복과 희망은 미래의 쓰레기다. 모든 쓰레기는 과거 누구에겐 꼭 필요한 물건이었고,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 역시 언젠간 쓰레기가 될 것이다.'

    조금이나마 너그러워질 수 있는 마음을 쓰레기장은 주고 있다. 교훈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세상엔 '생각의 쓰레기장'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종 차별, 지역 차별, 공산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과거 누구에겐가는 중요한 생각들이었겠지만, 지금은 생각의 쓰레기장에서 썩는 게 마땅하다. 2015년 우리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장만능주의와 복지만능주의. 이들 역시 미래 언젠가는 더 이상 불필요한 역사의 쓰레기가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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