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감염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간경변증, 간암 등 다양한 양상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B·C형간염은 주요한 보건문제로 세계적으로 B형 간염바이러스는 2억 4천만여명, C형 간염바이러스는 1억 5천만여 명이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국민의 10% 이상이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였으나, 1983년 B형간염 백신이 도입된 이래 효과적인 예방사업을 통해 최근에는 3% 대로 줄어들었다. 학계에서는 국내 C형간염 환자 유병률(발병률)을 전 국민의 1% 전후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만성간질환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간암, 간경변 환자의 70%가 B형간염과 관계가 있는 반면,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70-80%가 C형간염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B형간염 줄고 C형간염 늘어, 자각증상 못 느껴
C형 간염은 혈액을 매개체로 전염되는 질환으로, 과거 가장 빈번한 감염경로는 수혈이었다. 필자가 경험한 환자 중에도 출산 후 받은 수혈이 원인이 되어 C형간염이 의심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1992년 이후에는 혈액제제에 대한 C형 간염바이러스 항체검사가 엄격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와 같은 감염 요인은 사라졌다. 다른 감염원으로는 피가 묻을 수 있는 용품이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시술 과정 등이 있다. 마약 등 주사바늘, 신체 문신이나 피어싱, 손톱깎이나 면도기 등의 공동 사용, 무허가 시술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는 달리 수직감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간질환과 마찬가지로 C형간염도 초기 증상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 간경변, 간암이 발생해도 이상자각증상을 못 느껴 합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뒤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C형간염 환자이더라도 흔히 간염수치라고 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의 AST/ALT 수치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C형간염은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 없기 때문에 위험 감염원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고, 검사를 통해 조기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3년 대한간학회에서 시행한 일반인 간질환 인식조사에서 전체 3000명의 설문 응답자 중 89.6% 가 C형간염 검사를 받은 적이 없거나 검사 여부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C형은 채혈 없이 자가검사 가능, 완치도 가능해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C형 간염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하거나, C형 간염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HCV RNA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입안의 잇몸점액을 이용하여 검사 할 수 있는 검사키트도 소개되고 있다. 약국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임신테스트기 처럼 자가검사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B형간염은 현재로서는 완치되기 어려운 질병이지만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를 공격하는 획기적인 항바이러스제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들은 100% 가까운 치료 완치율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치료법이 적지 않은 비용에 부작용이 많고 치료효과는 낮은 반면, 요즘의 경구용 신약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도 치료기간이 짧고 완치율을 90% 이상으로 향상시켰다. 이러한 경구용 신약은 기존 인터페론 치료법에 부작용으로 치료를 못 하거나 치료 후 무반응, 재발, 고령, 만성신부전, 신장이식 등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도 완치의 길을 열어놓았다. 문제는 높은 약가격인데 다행히 국내에 도입된 약제가 급여를 위해 가격을 상당히 낮추었고 이후 진입할 약제들도 제약사간 경쟁 속에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C형간염은 예방이 최선이기에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두 번째로는 질병 초기에 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을 하고, 세 번째는 진단된 환자들을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C형간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아 간경변, 간암, 간부전으로 진행시 이에 대한 높은 치료비용과 환자의 고통이 수반된다. 또,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국가 보건관리체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국가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질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