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청구예산, 美 9·11조사委의 3~4배

조선일보
  • 선정민 기자
    입력 2015.07.24 01:43

    9·11委, 21개월간 165억… 세월호委는 6개월간 160억
    언론·외국어 담당 뽑았는데도 외부 맡기는 수당 5억여원 책정
    직원 3분의 2, 매달 20일 출장… 자료 국내서 확보할 수 있는데 美·日 등 외국에 9명 보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올해 안에 집행하겠다면서 정부에 청구한 예산 160억원은 미국 9·11조사위원회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3~4배 규모다. 9·11조사위는 21개월의 운영기간에 1500만달러(약 165억원)를 썼다. 반면 특조위는 올 연말까지 6개월여간 160억원을 쓰겠다고 청구했다. 이 같은 특조위 요구에 예산을 배정하는 기획재정부도 난감해하고 있다. 특조위가 지난 5월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전국을 돌며 개최하는 세미나와 간담회 등 행사성 경비가 적지 않다. 또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료를 주고 일을 맡기고, 연구 개발을 목적으로 외부 용역을 주려는 예산도 많다. 한 예산 전문가는 "서로 중복되고 상충하는 예산이 적지 않아, 예산을 따내도 실제로 해당 목적에 충실하게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직원들 해야 할 일까지 외부 맡겨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3월 20여명 규모로 출범해 연말까지 120명 정원을 채울 예정이다. 주목적이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다. 하지만 이달 초 채용한 민간인 출신 공무원 대우 직원 31명 가운데 선박·해양 전문가는 탈락하고 민변, 진보 싱크탱크, 시민단체, 인권·노동계 인사들로 채워졌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미국 9·11 조사위원회 비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60억원 예산.
    특조위 예산 계획서를 보면 전체 내역은 인건비 22억원, 운영비 48억원, 청사 조성 경비 49억원, 연구개발비 25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정원(120명) 외로 운영하는 전문위원·자문위원과 외부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고 지급하는 수당이 5억6000만원에 달한다. 외국 자료 번역을 비롯해 정부 보도자료 검토와 언론보도 조사, 피해자 지원 조사 등도 외부에 맡긴다. 조사, 언론, 외국어 담당 직원 등을 채용하고도 일을 외부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또 연구개발비를 25억원으로 책정하고 이 중 상당액도 외부 용역을 줄 예정이다.

    80명의 직원이 매달 출장을 20일씩 가겠다고 예산을 청구했다. 그래놓고 전체 직원이 한 달에 15일씩 사무실에서 야근하겠다고 특근 매식비를 청구했다.

    해외 출장비로 9000만원을 청구했는데, 미국의 코스트 가드(해양 구조단) 사례 조사,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침몰 사례 조사, 일본 원전 사고 후속조치 조사 등으로 각각 3명씩 총 9명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세월호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굳이 해외에 가지 않아도 서적과 연구자료, 해외 공관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데도 해외 출장이 잡혀 있다.

    세월호 특조위는 7월 현재까지도 근무하는 직원이 20여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4월 초에 서울 저동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120명이 사용할 사무실 집기와 컴퓨터 구매, 통신기반 구축 등에 20억원어치를 외상으로 구매했다. 1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데도 가구, 가전제품, 사무기기 등을 몽땅 새것으로 마련했다. 이에 대해 특조위 관계자는 "특별법에 정원이 120명 이내로 명시돼 있어서 사무실을 미리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순회 토론회 등 홍보 예산도

    특조위는 올 하반기에 매달 2회씩, 총 12회의 청문회를 열겠다고 관련 비용을 청구했다. 동시에 진상 규명을 위해 '오하마나호 방문→항로 추적조사→VTS(해상교통관제센터) 방문→침몰장소 방문→세월호 수중탐색→3D모형 제작→구조구난 모의실험' 등 현장 조사와 탐사도 벌이겠다고 했다. 이 중 세월호 3D모형 제작 등은 이미 세월호 인양 탐사를 위한 정부의 민간 위탁 조사 등으로 관련 자료가 확보돼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모든 분야의 '안전사회 건설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면서 전문가 수당과 관련 전국 순회 토론회와 워크숍, 국제 세미나 참석 등의 용도로 6억원 이상을 청구했다.

    기재부 "국민 혈세 낭비될까 고심"

    앞서 21일 회견에서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은 논란이 제기된 조사1과장과 행정지원실장 등은 공무원 파견을 받을 테니 대신 정부에 "조건 없이 예산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특조위 측에서 요구한 대로 예산을 다 주면 국민 혈세를 눈먼 돈처럼 펑펑 쓰는 것이 뻔한데, 그렇다고 특조위 예산을 삭감했다가는 '조사 활동을 방해한다'며 정치적 논란이 점화될 것이 뻔해 너무나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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