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메르스보다 심각한 결핵

    입력 : 2015.07.24 03:00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사진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감염병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종플루, 에이즈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로 온 나라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달 9일, 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는 "결핵이 메르스보다 더 심각한 질환"이라고 주장했다. 결핵이 가장 심각한 감염병이라는 것이다. 의료계 중진 인사인 허 교수의 주장은 당시 메르스 사태에 묻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 메르스 종식 선언을 논의하는 단계이므로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이다. 기원전 7000년 석기시대 화석에서도 결핵의 흔적이 발견됐다. 걸리면 환자의 50%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었는데 1940년대 항(抗)결핵제가 등장하면서 약만 잘 먹으면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2일 결핵 새 환자가 3년째 감소세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3만4869명이 새로 결핵 진단을 받았고, 2013년 2230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 매일 100명이 새로 결핵에 걸리고 6명 이상이 결핵으로 숨지는 것이다. 그 결과 인구 10만명당 결핵 환자 수가 84.9명이다. 이런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은 10만명당 결핵 환자 수가 4.1명, 일본은 23명 정도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 186명, 사망자 36명인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질병인 것이다.

    더구나 메르스는 공기 감염이 거의 없고 대부분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전파됐지만 결핵은 공기로 전파되는 대표적 감염병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서 환자 대부분이 결핵 감염을 모른 채 돌아다니며 감염시키는 경향이 있다. 결핵 환자 1명이 확진을 받기 전까지 평균 20명에게 균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결핵에 대한 경각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핵균이 몸에 숨어 있어도 90%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이를 '잠복 결핵'이라고 하는데 결핵균 감염자 10명 중 1명 정도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균이 활동을 시작해 증상이 나타난다. 또 결핵은 서너 가지 약을 6개월간 꾸준히 먹어야 완치된다. 그런데 약을 한 달 정도 먹으면 증상이 사라져 복약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따라 재발이 반복되면서 결핵이 창궐하는 것이다. 결핵에 대처하고 예방하는 법은 메르스와 큰 차이가 없다. 보건 당국은 "2주 이상 기침을 계속하면 꼭 결핵 검사를 받고,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기침 예절을 잘 지키는 것이 결핵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전 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대응한 끝에 종식 선언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메르스에 대응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 여세를 몰아 결핵 환자를 줄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결핵도 메르스처럼 의지만 있으면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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