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45] 못 알아볼 권리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7.23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우연히 한 방송국 과학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과학자의 본업은 연구와 교육이지만, 국민 세금으로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현대 과학의 결과물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것 역시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시청률 낮은 과학 프로그램에,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기에 큰 걱정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얼굴 인식은 대부분 양방향으로 진행된다.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보통 우리 역시 알고 있는 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공인'이 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 수 있고,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나는 알 수 없다. 시청률 낮은 과학 프로그램에 몇 번 얼굴이 나온 결과가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아보는 인기 예능인과 아이돌 스타들 상황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노출되기를 꺼릴까?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지당한 반응이다.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 뇌에는 단순히 내 가족도, 친구도, 친척도 아닌 나와는 상관없는 이방인일 뿐이다. 이방인은 위험하다. 사람은 대부분 나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모르는 이방인이 나를 잘 알고 있다면? 우리 뇌에 이보다 더 불안하고 찜찜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최근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뇌의 얼굴 인식 과정을 모방한 '깊은 학습' 기반의 방법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인간의 얼굴 인식률이 96~97%인데, 최첨단 얼굴 인식 알고리즘의 인식률은 99%를 넘고 있다. 이미 기계가 사람보다 사람을 더 잘 알아본다는 말이다. 얼굴을 인식한 순간 알아본 사람의 개인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다. 결국 머지않은 미래엔 우리 모두가 '공인'이 될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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