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16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중학교와 고교 교사의 양성 균형 채용 목표제 도입을 교육부에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학교 교사를 뽑을 때 남녀(男女) 비율을 일정 부분 맞추자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교육감들과 논의 중에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장 교육감은 제안을 철회했다.

장 교육감이 제기한 교사 양성 균형 채용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온 얘기다. 전국 초·중·고교 교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00년 52.6%에서 해마다 늘어나 작년엔 65.7%였다. 특히 초등학교는 4명 중 3명꼴(77%)로 여교사다. 20년 전 여교사 비율이 23%에 불과하던 고등학교도 이제 남녀 교사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 됐다. 남교사가 1명도 없는 학교도 있다. "아이가 초·중·고교 12년 연속 여자 담임 선생님만 만났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교단 여초(女超)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교사 임용 때 일정 비율은 남자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교사를 늘리자는 이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성(性) 역할을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선 남녀 교사를 골고루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미숙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집에서도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다 필요하듯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남녀 교사를 다 접해봐야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갈수록 남자 아이들이 여성화되는 문제도 남교사가 늘어나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교사가 지나치게 적어서 학생 생활 지도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2010년 한국교총이 서울 지역 교사 5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2%가 "학생들이 남교사에 비해 여교사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객관적인 이유 없이 남성에게 교사 임용에 특혜를 주는 것은 오히려 여성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는 "임용 시험에서 능력과 성적순으로 뽑지 않고 남녀 비율을 의도적으로 맞추는 것은 열심히 노력한 여성에게 큰 역차별"이라며 "또 남자 교사가 생활 지도를 잘하고, 학교 운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의 김모(38) 중학교 교사 역시 "일부에선 여교사가 많아 체육 수업이 부실해진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20대 여교사는 수업에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가르치는 반면 50대 남교사는 만날 아이들에게 축구공 하나 던져주고 내버려둔다"며 "체육 수업과 생활 지도의 질(質)은 교사 성별이 아니라 개인 성향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남자 할당제를 하고 있는데, 임용에까지 남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대부분 교대들은 특정 성(性)이 75~80% 이상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교사 여초 현상 문제가 사회적으로 지적되자 교대들 가운데 많게는 40%까지 남성을 뽑았다"며 "하지만 입학 때 할당을 하더라도 임용 시험에서 여성들이 워낙 강하다 보니 여교사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직업 안정성 등으로 교직에 상위 3%에 달하는 여학생들이 몰리는 반면, 남학생들에겐 교직 자체 매력이 다른 직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