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獨 소년병과 눈먼 佛소녀… 2022년 파리, 이슬람국가로 변신한다면

입력 2015.07.20 03:00

[미국·유럽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두 소설, 국내 번역돼]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美100만부 팔린 퓰리처상 수상작… 눈먼 소녀·소년병사의 전쟁소설

-'복종'
佛 등 유럽 3개국서 80만부 팔려… 2022년 이슬람국 된 프랑스 풍자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장편 소설이 나란히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2015년 퓰리처상을 받은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최세희 옮김·민음사)과 올해 초 유럽에서 논쟁거리가 된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베크의 '복종'(장소미 옮김·문학동네)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된 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꼽혔고 지금껏 100만부가량 팔렸다. 프랑스의 이슬람화(化)를 가상한 소설 '복종'은 지난 1월 이슬람 과격파에 의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터졌을 때 나온 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베스트셀러 선두를 차지하며 80만부 넘게 나갔다.

앤서니 도어(왼쪽), 미셸 우엘베크.
앤서니 도어(왼쪽), 미셸 우엘베크.
두 소설의 공통점은 프랑스를 무대로 삼았다는 것. '우리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프랑스의 항구 도시 생 말로를 회상한다. '복종'은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한 격변을 상상한다.

'우리가…'는 백내장으로 눈이 먼 프랑스 소녀와 고아로 자라 징집된 독일군 소년 병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소년과 소녀가 전쟁을 계기로 우여곡절 끝에 만나기까지의 오랜 과정을 그려냈다. 소년이 멀고 먼 길을 에둘러 와서 소녀를 찾지만, 짧은 만남에 긴 이별로 끝난다. 미국 언론에선 이 소설의 남다른 개성이 간결한 문체와 압축된 서사, 정교한 플롯에서 빛난다고 평가했다. 현재 시제의 서술어로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하고, 각 장(章)은 두 쪽을 넘지 않게 간소한 에피소드로 꾸며졌다.

1944년 8월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생 말로를 초토화해 독일군을 쫓아낸 전사(戰史)에 바탕을 둔 소설이다. 눈이 먼 소녀는 박물관 관리인이었던 아버지가 건네 준 보물을 지닌 데다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독일군 장교가 그 보물을 손에 넣으려고 소녀를 찾아다닌다. 독일에선 전기 공학 천재 소년이 나치 친위대에 들어간다. 세 사람을 한 곳으로 묶는 역할을 단파 라디오가 맡는다. 소녀가 점자책을 읽어 단파 라디오로 송출하자, 그 소리를 소년 병사가 듣곤 위치를 추적한다. 보물을 노린 독일군 장교도 가까이 다가온다. 서정 소설이면서도 전쟁 소설이고, 숨가쁜 스릴러이기도 하다.

2010년 공쿠르상 수상을 비롯해 프랑스 최고 작가로 손꼽히는 우엘베크가 쓴 '복종'은 2022년 프랑스가 이슬람 국가로 변신한다는 가상 소설이다. 오늘의 서유럽을 삐딱하게 본 풍자 소설이기도 하다. 서구의 몰락을 두려워하는 유럽 사회의 불안을 도발적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유럽이 오랜 경제 침체 끝에 기독교 정신도 잃어버린 채 범(汎)이슬람 문명권에 투항한다고 상상한다. 프랑스에서 무슬림 대통령이 등장하자 이슬람 산유국들이 앞다퉈 투자해 경제를 되살린다는 것.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권리가 제한되고,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르본 대학의 독신자 교수다. 성욕이 왕성해 여학생도 애인으로 두며 자유분방하게 산다. 강단에선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가르친다. 그는 무슬림으로 개종하지 않아 쫓겨난다. 앞서 무슬림으로 개종한 대학 총장이 주인공을 불러 복직을 권한다. 개종하면 봉급도 과거보다 3배 더 늘어난다고 한다. 그 정도 수입이면 첩을 여럿 둘 수 있다는 것. 주인공은 흐뭇한 몽상에 빠진다. 프랑스 백인과 무슬림 모두 조롱한 소설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이슬람 혐오증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반면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옹호론도 나왔다. 한국 독자의 입장에선 요즘 불황에 시달리는 프랑스 사회의 불만과 독설의 수준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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