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네덜란드병을 차단하려면

    입력 : 2015.07.20 03:00

    원자재價 폭락과 원貨 절상이 제조업 기반 무너뜨리는 현상… 노령화·가계부채가 악화시켜
    해결책은 海外투자 확대와 제조업 구조조정·기술혁신… 경제정책 타이밍 잃지 말아야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메르스 사태가 끝나가는 모양이다. 해외 관광객은 아직 회복이 멀었고 내수 회복을 위한 추경 논의가 마무리돼야 하지만 큰 고비는 지난 것 같다.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기는 해도 메르스 같은 질병은 객관적 파악과 과학적 진단이 가능하고 대응책에 대한 정책적 합의도 빠르다. 경제병은 진단과 전망이 어려울 뿐 아니라 현상 파악도 힘들다. 미국 정부의 GDP 속보치마저도 확정치와 크게 괴리하는 경우가 많아, 작년 1분기에는 그 차이가 연간 기준으로 2% 이상 차이가 났다.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기와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경제 진단과 전망은 더욱 힘들어져 IMF의 세계경제 전망치와 연준의 미국 성장 전망치도 수년째 매년 크게 하향 수정돼 왔다.

    대표적 경제병으로는 낙후된 산업 생산성을 일컫는 70년대 영국병이 있고 천연자원과 관련된 네덜란드병 등이 있다.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란 1959년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돼 통화가 절상되고 이로 인해 제조업 기반이 붕괴된 현상을 일컫는다. 한국은 원자재 수입국으로 당시 네덜란드와는 정반대지만 원자재 가격 폭락은 무역 흑자 급증과 원화 절상 압력을 가져와 네덜란드병과 유사한 해독을 끼칠 수 있다. 경쟁력 향상 없이 이뤄진 원화 절상은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고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화가 약해지더라도 이미 거래선이 없어진 후에는 제조업의 복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 네덜란드병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나타난 증상으로는 수출 감소와 원화 절상, 제조업의 수익성 하락 등인데 제조업 가동률과 재고율은 세계 금융 위기 직후의 2009년 수준만큼이나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그 증세가 내수 쪽으로도 전염되는 것 같다. 무역 구조는 한국과 비슷하나 통화는 약세나 보합세인 일본·대만에 비해 한국의 수출 실적이 더 나쁜 것을 보면 한국이 네덜란드병에 더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은 노령화로 내수가 약화되고 있지만,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한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생산이 많은 개도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것도 유가 하락 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병에 대한 일반적 처방은 해외 자산 축적이다. 천연자원은 언젠가 바닥나므로 저축을 늘려야 하고, 이에 따라 해외 투자가 확대된다. 노르웨이나 사우디의 국부 펀드가 그래서 생겼고, 원자재 가격이 올라 경상수지 흑자가 늘수록 해외 자산이 더 늘어나는 구조다. 급격한 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한국에 대한 처방도 해외 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유가 상승에 대비한 저축도 되고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일반적 대응 외에도 국제무역의 침체 추세를 감안해 과잉 투자된 제조업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은의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해외 투자 활성화 정책은 네덜란드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금년 말로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상당 기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해외 투자를 막아온 세제상 불이익이나 복잡한 신고 의무가 없어진다면 외환시장 수급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 추세가 반전되면, 구조조정과 기술 혁신에 필수적인 시간과 재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런 사실상의 해외 투자 자율화는 외환과 자본시장의 왜곡을 줄이고, 금융의 국제화를 촉진해 제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여주듯 경제정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만 그 절박함의 정도가 경제의 경우 바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의 취약한 세계경기 회복세와 한국 경제의 침체 위험을 고려할 때 해외 투자 활성화 정책은 가능한 한 신속히 집행하고 이와 더불어 구조 개혁과 기술 혁신으로 경쟁력 향상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