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주파수심의위원회를 열고 700㎒ 대역의 주파수 할당 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국회 '주파수 정책 소위원회'에서 잠정 결정된 방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700㎒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과 방송용으로 쪼개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일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2010년 세계적으로 무선 데이터 사용이 폭증하고 있다며 700㎒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배분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유럽 등 세계 115개 국가가 이를 받아들였다. 미국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600㎒ 대역 주파수까지 일부 사들여 통신사들에 다시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사용할 때 국민 혜택이 8~11배나 늘어난다는 게 미국의 연구 결과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거꾸로 가고 있다. 가정에서 초고화질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압력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초고화질 방송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에 주파수를 나눠주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위성·케이블 방송을 이용해 얼마든지 초고화질 방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가구가 위성·케이블·IP TV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의 6.8%에 지나지 않는다. 700㎒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쓰는 것은 온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져다 허투루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면서 10조원 가까운 빚을 더 내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경매에 부치면 1조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주파수를 방송사들에 공짜로 주겠다고 하니 국민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통신 전파보다 출력이 100배 이상 강한 방송사 전파가 국가 재난망을 교란할 수도 있다. 정부가 이런 위험까지 무시하며 최악(最惡)의 정책을 강행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함부로 낭비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끼친 데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장 감사원이라도 나서서 정책이 왜곡된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
[사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출동해 성사시킨 삼성물산 합병
[사설] 국정원 휴대폰 해킹 의혹, 政爭 접고 국회가 사실 규명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