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서 고개 숙인 日 언론인들

입력 2015.07.17 03:00 | 수정 2015.07.17 07:42

[신문·통신사 간부 17명 訪韓]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증언 듣고 노트 꺼내 한마디씩 받아 적으며
"역사의 간극 취재로 풀어보겠다"

"하나시타이 고토가 다쿠상 아루케도…. 하나시가 데키나이네, 교우와.(말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은데…. 말이 안 나오네요, 오늘은.)"

여든일곱 살의 유희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떨리는 일본어로 말했다. 말을 마친 후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짚곤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할머니 앞에는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의 일본 언론인 17명이 앉아 있었다. 큼지막한 노트를 꺼내더니 할머니의 말을 한마디 한마디 받아적었다.

16일 오후 교도(共同)통신과 홋카이도(北海道)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의 논설·편집위원 17명이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픈 기억을 육성(肉聲)으로 듣기 위해서다. 나눔의 집은 피해자 할머니 10명이 지내고 있다. 그들은 우선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녹화한 영상을 시청했다. 화면에 등장한 이옥선(88) 할머니가 "위안소라는 게 뭐하는 덴가 하면 사람 잡는 도살장이야, 도살장"이라고 말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16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한 일본 언론인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6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한 일본 언론인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할머니들과 처음 대면한 일본 언론인들은 한 명씩 일어나 소속과 이름을 밝혔다. 하나같이 깊이 고개 숙였다. 이와무라 가즈야 교도통신 편집위원은 한국어로 "이 더운 날에 우리를 위해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했다. 유 할머니는 "요쿠 이랏샤이마시타(잘 오셨습니다)"라고 했다.

유 할머니는 "어렸을 때 배운 일본어를 이제 다 잊어버렸다"면서도 일본 언론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어를 섞어 가며 말했다. 젊은이를 타이르듯 부드러운 어투였지만,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목소리가 격해졌다. "처녀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괴롭혔다. 한국 사람은 인간도 아닌 줄 아는가"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강일출(87) 할머니는 "우리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일본이지만 위안부 문제를 직접 취재하고 해결하려는 게 고맙다"고 했다.

과거 4년 넘게 한국 특파원을 지냈다는 이와무라 위원은 "오는 8월 15일이 한국에서는 광복 70주년이지만 일본에서는 종전(終戰) 70주년"이라며 "이런 역사적 간극을 취재로 풀어보려고 왔다"고 했다. 방문단장인 모리 야스히로 교도통신 논설부위원장은 "역사에 관한 (양국의) 화해를 고민하러 왔다"고 말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위안부는 엄연한 전쟁 범죄다. 일본 언론인들이 지면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아픈 역사를 잘 전달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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