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 말하신 "번역되면 좋을 책"… 22년 만에 나왔다

입력 2015.07.17 03:00 | 수정 2015.07.17 08:26

성철 스님 제자 원택 스님, '명추회요' 22년 걸려 출간

원택 스님(왼쪽), 책 '명추회요'.
원택 스님(왼쪽), 책 '명추회요'.
"그 책을 번역하면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되긴 되겠제. 그런데 제대로 번역이 되겠나?"

1993년 7월 해인사 백련암. 성철 스님은 제자 원택 스님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꼭 필요하지만 번역이 쉽지 않은' 문제의 책이 22년 만에 번역 출간됐다. '명추회요(冥樞會要)'.

'명추회요'는 족보가 다소 복잡하다. 당나라 이후 오대(五代) 때 영명연수(904~975) 선사가 '마음'에 관한 모든 문제를 문답으로 정리한 것이 '종경록(宗鏡錄)'. 당시 천태, 화엄, 유식 등으로 분화된 승가가 '불과 얼음'처럼 반목하자 영명연수 선사는 "나는 심종(心宗)"이라며 각 계파를 불러모아 토론회를 열고 당시까지 전해진 경전과 인도와 중국 고승 300여명의 어록과 일화를 망라한 것. 그래서 '마음의 문제에 관한 백과사전'으로 불릴 정도다. 그런데 '종경록'은 무려 100권에 이르는 분량이었다. 그래서 북송의 회당조심(1025~1100) 선사가 핵심 문답만 추려서 10분의 1로 줄인 '다이제스트 본'이 '명추회요'다. '원저자 영명연수, 편집자 회당조심'으로 나온 책이 '명추회요'인 셈이다. 다이제스트라 해도 번역본이 780쪽에 이른다.

이 책의 중요성은 성철 스님이 생전에 "부처님께 밥값 했다"며 스스로 자부한 저서 '선문정로(禪門正路)' 첫머리에 등장한 데서 볼 수 있다. "견성하여 무심해지면 약과 병이 함께 사라진다"는 구절이다. 책에는 350여개의 문답이 실려 있는데 1000년 전 중국 불교 지성들의 문제의식을 볼 수 있다. "평소에 논하는 것은 옛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무엇이 지금의 부처인가?" "한 생각에 성불하여 이미 믿음의 문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하여야 눈앞에 뚜렷이 나타나서 분명하게 볼 수 있는가?" "일체법이 모두 불법(佛法)이란 게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영명연수 선사는 유불선을 넘나들며 거침없이 대답하고 있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은 '명추회요' 번역을 부탁하시곤 넉 달 만에 열반하셨다"며 "이후 여러 번역자 손을 거친 끝에 이제야 책을 내놓게 됐다"고 감회를 말했다. 장경각,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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