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정원 댓글 사건' 증거채택 잘못, 유무죄 판단안해" 파기환송

입력 2015.07.16 14:47 | 수정 2015.07.16 19:03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선거 개입이냐”를 놓고 검찰·법무부간 이견이 생기면서 논란이 됐고, 1심과 2심에서도 엇갈린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한 만큼 국정원 댓글 사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삼았던 핵심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조선DB 2015년 2월 9일 2012년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 선고 재판이 열린 서울고법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하급심이 유죄의 증거로 삼았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 이메일의 ‘425 지논’ ‘시큐리티’ 파일은 출처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라며 “시큐리티 파일에 나온 트위터 계정은 근원이나 기재경위 정황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파일 내용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된 것인지 알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한테선 파일 발견되지 않아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 위해 통상적으로 작성된 문서로 볼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수집 기재한 정보도 포함돼 있으며 양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 보기 어렵고, 내용도 알기 어려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정원의 사이버활동 범위가 확정돼야 하는데 증거능력이 부인되면서 원심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사실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체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도 살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는 검찰 기소 단계에서부터 큰 논란이 됐다. 2013년 6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지원을 받은 특별수사팀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댓글이 발견된 만큼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과 일부 검사는 선거 개입 의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거법 적용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특별수사팀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추가 수사 과정에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 개입 혐의 적용을 놓고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직속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항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이 선거 운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선거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선거운동을 했다면 특정 정치인의 당선 또는 낙선이라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하고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도 있어야 하는데, 원 전 원장에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원 전 원장은 댓글 활동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대선 정국을 맞아 원(院·국정원)이 휩쓸리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하라' '전 직원들이 선거 과정에서 물의를 야기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라'면서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명확히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2심 재판부는 "선거 개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이 외부에 드러나 문제 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조심하라는 것에 방점을 둔 말"이라고 해석했다. 선거운동을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하라는 취지의 지시라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이버 활동에 따른 궁극적인 책임은 원세훈 전 원장이 부담해야 한다"며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 개입에 대한 책임을 최고책임자인 원 전 원장이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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