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44] 진실과 진실스러운 것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7.16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1000㏄짜리 병에 물이 500㏄ 들어 있다. 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물이 반 차 있다'고, 부정적인 이는 '병이 반 비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하게 중동 상황을 다룬 똑같은 내용의 TV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이스라엘인과 아랍인의 반응은 차이를 보인다. 이스라엘인은 지나치게 이스라엘에 비판적이라고 느끼는 반면 아랍인들은 정반대 인상을 받는다.

    행동경제학에 '프레임'(frame·틀)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항상 객관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미리 정해진 '틀'을 기반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뇌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 이미 특정 편견과 해석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더 빠른 반응을 할 수 있다. '어두운 숲은 위험하다'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면 남들보다 빠르게 작은 소리에 반응할 수 있다. 물론 프레임을 통해 잃는 것도 있다. 바로 객관성이다. 소리의 원인이 맹수가 아닌 작은 토끼였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렉시트 (Grexit)'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어떤가? 한쪽에선 그리스의 지나친 복지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복지가 문제라면 독일이나 덴마크가 먼저 부도났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물론 둘 다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힌 주장이다. '너무 많은 또는 너무 적은 복지'라는 말은 사실 '차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또는 너무 느리다'와 비슷하다. 둘 다 현재 상황과 분리돼서는 논리적으로 무의미한 명제이다. 현실(도로 상황)과 상관없는 절대적 빠름이나 절대적 느림은 무의미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우리 상황을 처참할 정도로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확한 분석은 현명한 선택의 어머니다. 정확한 상황 분석 없는 나만의 프레임에 갇힌 해석은 진실이 아니다. 단지 나 자신에게만 설득력 있는 '진실스러운' 발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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