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차갑게만 보이던 명왕성, 그의 가슴엔 ‘하트’가 있었다

48억km를 날아온 한 장의 사진.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명왕성이 인류에게 처음으로 보여준 모습은 다름 아닌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하트'였다.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지구를 떠난 지 9년6개월 만의 일이다.

차갑게만 보이던 명왕성, 그의 가슴엔 ‘하트’가 있었다

입력 2015.07.16 07:30 | 수정 2015.07.16 13:37

"뉴욕서 친 골프공, LA에 홀인원 시킨 셈"
15일 오전 9시52분37초(한국 시각). 지구로부터 48억㎞ 가량 떨어진 태양계 끝에서 보낸 신호가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센터에 도착했다. NASA 과학자들이 ‘집에 전화걸기(Phone Home)’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신호는 무인(無人)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가 명왕성 탐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보고였다. 2006년 1월 지구를 떠난 지 9년6개월 만이었다. NASA의 뉴호라이즌스 비행 책임자 글렌 파운틴은 “오늘 우리는 뉴욕에서 공을 쳐서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골프장에 홀인원을 시킨 것과 같은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가 잡은 명왕성 모습.
선명한 하트 품은 명왕성
뉴호라이즌스는 14일 오후 8시58분, 당초 계획보다 72초 빠르게 명왕성과 가장 가까운 약 1만2000㎞ 지점을 통과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가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데만 4시간 반이나 걸리고, 명왕성과 위성인 ‘카론’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동안에는 교신이 단절되기 때문에 확인까지 13시간이 걸렸다.
인류가 만든 탐사선 중 처음으로 명왕성에 도달한 뉴호라이즌스는 미지(未知)의 존재였던 명왕성의 실체를 밝혀내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해도 명왕성은 조그마한 점이었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크기가 작아 반사되는 태양빛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근접해서 보내온 사진에서는 붉은 색인 명왕성의 남반구에 폭이 2000㎞에 이르는 밝게 빛나는 하트 모양의 지형이 보인다.
NASA는 하트 모양 지형이 영하 230도의 명왕성 표면에 얼어붙은 가스 얼음덩어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행성이 둥그런 원 궤도를 도는 것과 달리 명왕성은 찌그러진 타원 같은 형태로 태양을 공전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현재 명왕성은 태양과 점점 가까워지는 궤도에 있기 때문에, 가스 얼음이 녹으면서 점차 하트가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표면이 대조적이라는 점도 이번에 밝혀졌다. NASA의 앨런 스턴 박사는 “명왕성의 붉은색 표면과 분화구는 명왕성 내부와 대기에서 활발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반면 카론은 표면이 매끈하고 회색빛으로 조용했다”고 설명했다.
뉴호라이즌스는 14일 하루 동안 7개의 장비를 총동원, 명왕성과 5개 위성의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뉴호라이즌스의 송신장치는 초당 1000~2000비트의 정보만을 보낼 수 있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관련 정보를 지구로 보내는 데는 앞으로 18개월이 소요된다.
행성 지위 복권은 사실상 불가능
1930년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브 톰보에 의해 발견된 명왕성은 80년 가까이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다. 20세기에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자, 미국인에 의해 발견된 최초의 행성이기도 했다. 명왕성의 영어 이름인 ‘플루토(Pluto)’는 로마신화의 저승의 신이다. 영국의 11살 소녀 베네치아 버니가 지었다. 명왕성의 위성들 역시 신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가장 큰 위성 카론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뱃사공이고, ‘스틱스’는 저승으로 향하는 강의 이름이다. ‘케르베로스’는 저승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닉스’는 밤의 여신, ‘히드라’는 목이 9개 있는 물뱀이다.
뉴호라이즌스호엔 명왕성 발견한 학자의 유골이
뉴호라이즌스에는 톰보의 유골 일부와 미국 동전들이 실려 있다. 미국이 뉴호라이즌스를 명왕성에 보낸 것도 명왕성이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된 지 7개월이 지난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은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고 ‘왜소 행성’으로 낮춘 뒤 ‘소행성 134340’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비슷한 크기의 작은 천체들이 계속 발견된데다가 명왕성이 위성 카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뉴호라이즌스 탐사를 계기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찾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 NASA도 “명왕성은 행성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행성의 정의가 바뀌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명왕성 탐사를 마친 뉴호라이즌스는 또 다른 미지의 영역인 ‘카이퍼벨트(Kuiper Belt)’를 향해 초속 14~16㎞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카이퍼벨트는 태양계 끝에 얼음덩어리와 소행성들이 거대한 구름처럼 모여 있는 곳이다. ‘핼리 혜성(彗星)’과 지난해 무인탐사선 ‘로제타(Resetta)’가 찾았던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고향이기도 하다. NASA는 뉴호라이즌스가 앞으로 1년 정도 날아가면 카이퍼벨트에서 새로운 소행성 등을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영준 박사는 “태양과 태양계의 행성들은 50억년 전 태어난 수많은 천체들이 부딪히고 합쳐져서 만들어졌다”면서 “카이퍼벨트에는 이때 뭉치지 않은 천체들이 남아 있어, 태양계 탄생의 신비를 연구하는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