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쿠데타다" 분노의 그리스

입력 2015.07.14 02:05

[그리스 협상 타결]
집권당 내부서도 반발, 조기 총선론 불거져… "그렉시트보다 낫다" 찬성도

구제금융안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 국내에서는 협상안을 두고 찬반이 극명히 갈렸다. 강도 높은 긴축을 둘러싸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정권과 국제 채권단이 빚어 온 갈등이 국내로 옮아붙은 것이다. 파열음은 집권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서부터 나왔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파노스 스쿠를레티스 그리스 노동장관은 이날 현지 ERT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은 우리(그리스인)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타협안에 찬성하지 않은 의원들을 쉽사리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단의 긴축 요구가 합의에 대부분 반영되자 최대 채권국인 독일에 대한 반감도 거세졌다. 현지 우파 일간 디모크라티아는 이날 1면 기사에서 "그리스는 아우슈비츠(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다. 쇼이블레(독일 재무장관)가 유럽에서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려 한다"고 썼다. 좌파 일간 에프신도 "쇼이블레가 '저 나라(그리스)를 함몰시키라'고 명령한다. 그의 타협 없는 자세가 이겼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리스가 이번 협상안 처리를 두고 심한 내홍(內訌)을 빚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주 중 의회에서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수령 연령 상향 등 협상안에 담긴 긴축안을 구속력을 갖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영국 주간 스펙테이터는 "국민투표에서 61%의 반대로 부결시킨 긴축안보다 더 강력한 긴축안을 일주일 만에 의회에서 승인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것은 쿠데타(#ThisIsACoup)"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협상안이 유럽 지도자들에 의한 그리스 전복(顚覆) 시도와 다름없다는 뜻이다. 대학생 마리오스 로지스씨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국민 투표에서 긴축을 거부했던 때는 모두가 행복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 투표가 의미가 없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반면 AP통신은 "일부 시민은 이번 협상안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치권에서는 조기 총선론이 불거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타결 내용에 대해 의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 제출을 위해 만든 개혁안 승인을 두고 실시된 11일 표결에도 시리자 의원 149명 중 17명(반대 2, 기권 8, 불참 7)이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연정으로 의회 300석 중 162석을 확보하고 있는 시리자가 향후 17석을 잃을 경우 연정이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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