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실상 '재정主權' 포기… 결국 빚 탕감도 못받아

입력 2015.07.14 03:00 | 수정 2015.07.14 13:37

[그리스 협상 타결] 개혁案과 지원 방안

세금·연금·국유재산 매각 등 국민이 퇴짜놓은 案보다 가혹
식당 부가세 13%→23% 뛰어… 연금 수령 연령 67세로 상향
극빈층 연금 2017년까지 폐지

밤을 꼬박 새워가며 17시간 동안 지속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국들이 가까스로 합의한 타결안 내용의 결론을 요약하면 그리스의 완패다. 앞으로 재정주권을 박탈당한 채 '경제 신탁통치'를 당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1997년 외환위기에 봉착한 한국이 IMF의 요구사항을 고분고분 받아들여 도장 찍고 긴축과 구조조정의 가혹한 터널에 들어설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61%의 '오히(OXI·아니요)'를 이끌어내 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개혁안을 기세등등하게 퇴짜 놓은 국민투표는 무의미해졌고, '반대표가 많으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던 치프라스 총리의 말은 공허해졌다. 세금·연금·국유재산 매각 등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국민들이 퇴짜 놓은 채권단 개혁안보다 가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스인 입장에서는 명백한 이 개악(改惡)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에 대한 정신적 물고문'이라고 비유했다.

◇'물고문'과 같은 가혹한 개혁 프로그램

먼저 그리스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세금 보따리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제조업이 빈약한 그리스의 핵심 산업인 관광·서비스 관련 업종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우선 식당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당장 현행 13%에서 23%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호텔에 대한 부가세 역시 현행 6.5%에서 13%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에 대한 부가세율 상한선을 13%로 묶겠다며 채권단 개혁안을 부결시켜 줄 것을 호소했던 치프라스의 국민투표 반대 주장과 거리가 멀다.

13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정상회의가 끝난 후 도날트 투스크(왼쪽에서 둘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 클로드 융커(오른쪽에서 둘째) EU 집행위원장, 유로그룹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맨 오른쪽) 네덜란드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 타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3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정상회의가 끝난 후 도날트 투스크(왼쪽에서 둘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 클로드 융커(오른쪽에서 둘째) EU 집행위원장, 유로그룹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맨 오른쪽) 네덜란드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 타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AP 뉴시스
'연금 수혜자들의 천국'이라던 명성도 '늦게, 덜 받는' 방향으로 구조조정돼 빛바랠 전망이다. 우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퇴직 연령이 현행 65세에서 2022년까지 67세로 상향 조정된다. 여기에 실직으로 예정보다 일찍 퇴직하더라도 제 나이에 퇴직한 이들과 연금 수령액 면에서 차이가 없었던 온정주의적인 연금 제도도 채권단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대수술을 받게 된다.

월 100~500유로씩 지급되는 극빈층 연금(에카스)을 받는 생활자들은 한결 가혹해질 전망이다. 소득 상위자부터 차츰 줄이는 식으로 폐지키로 한 연한이 2017년. 기존 치프라스 정부가 제시했던 2019년보다 배로 빨라졌다.

지난달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3차 구제금융 협상안과 최종 합의안 정리 표
새롭고 가혹한 짐도 생겼다. 500억유로(약 60조원) 상당의 국유자산을 펀드에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권단의 통제 아래 두고 구조조정 재원으로 쓴다는 내용이다.

◇개혁실적 따라 지급되는 구제금융

이번 협상안 타결로 그리스가 향후 3년 동안 지원받게 될 금액은 820억~860억유로다. 이 중 500억유로가 이 국유자산의 민영화·처분 계획 실행을 위해 선(先)지원하는 사실상의 담보 대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투표로 몰고 가서 부결시키지 않았을 경우 생겨나지 않았을 '혹'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채권단이 그리스 스스로 국유자산을 처분·통제하도록 치밀하게 계획한, 가장 가혹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320억~360억유로의 구제금융은 3년 동안 상환 실적을 보면서 6~7차례씩 분할 지급할 예정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런 개혁안을 그리스가 즉시 집행하도록 연금·부가가치세 등 4개 분야에 대한 입법을 15일까지 완료하도록 못박았다. 바로 2주 전, IMF에 대한 채무 불이행으로 2차 구제금융이 허무하게 종료되는 것을 지켜본 채권국들이 좀 더 확실한 압박 수단을 강구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런 한결 가혹해진 요구조건 속에서도 치프라스 총리와 그리스 국민들이 간절히 원했던 부채 탕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그리스가 유럽 채권단에 갖고 있는 누적 채무는 3300억유로(약 413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유로존 정상회의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받아 이행하는 상황을 보면서 부채 탕감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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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그리스, 백기투항 했지만…“갈 길 멀다” TV조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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