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250명이 나눈 라마단 밤의 성찬

조선일보
  • 이슬비 기자
    입력 2015.07.11 03:00

    [중동 관련 인사 모임 메나클럽]

    한국인들과 전통 음식으로 저녁, 만찬 후엔 '라마단' 주제 토크쇼
    "그릇된 이슬람 인식 바로잡아 이해하고 즐기며 情 쌓은 시간"

    지난 9일 저녁 8시 서울 서소문의 복합문화공간 월드컬쳐오픈코리아. 낯설고도 낭랑한 아랍어로 노래하듯 '아잔'이 흘러나왔다. 아잔은 이슬람교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육성(肉聲)인 동시에, 이슬람의 금식월 라마단(올해는 6월 18일~7월 중순)을 준수하는 무슬림들에게 "해가 졌으니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알리는 신호다. 아잔과 함께 종일 이어진 금식을 끝낸 무슬림의 성대한 저녁식사 '이프타르(Iftar)'가 서울 복판에서 시작됐다. '한국에는 낯선 이슬람 문화를 이해시키자'는 취지로 국내의 중동 관련 인사들 모임인 메나클럽(MENA club)이 주최한 특별한 이프타르다. 외교부, 주한 모로코대사관, 한·아랍소사이어티, 아랍어전문교육기관 마르카즈아라빅, 월드컬쳐오픈코리아도 후원자로 나섰다. 이국에서 라마단을 지켜온 무슬림 50여명과 이슬람 문화가 아직은 낯선 한국인 200여명이 함께 식사했다.

    9일 서울 월드컬쳐오픈코리아에서 열린 ‘이프타르’에 참석한 모함메드 엘 아민 데라기 주한 알제리 대사(가운데)가 여성준 외교부 심의관 등 한국인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다.
    9일 서울 월드컬쳐오픈코리아에서 열린 ‘이프타르’에 참석한 모함메드 엘 아민 데라기 주한 알제리 대사(가운데)가 여성준 외교부 심의관 등 한국인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다. /메나클럽 제공

    이슬람권에서 라마단의 저녁 풍경은 활기 넘친다. 가족·친지·친구가 모여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날 서울 복판의 '이프타르'도 다르지 않았다. 닭고기로 만든 예멘 전통 음식 '캅사', 모로코식 소고기 찜요리 '따진', 병아리콩을 갈아만든 '홈무스' 등 10여 가지의 음식이 올라왔다. 외교관, 유학생, 기업인, 교수…. 저마다 국적과 신분은 제각각이지만, 참가자들은 맛깔스러운 음식을 함께 맛보며 살갑게 어울렸다.

    "선지자 무함마드는 해가 졌다고 바로 거하게 식사하지 않고 대추야자 3개, 물이나 우유 한 모금으로 단식을 풀었어요. 종일 공복 상태에 있다가 폭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천천히 속을 달래는 거죠." 3년 전 서울대로 유학 온 이집트인 새미 라샤드(25)가 말했다.

    메나클럽 회장인 안정국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오늘 행사를 통해 한국과 이슬람이 더 친밀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함메드 엘 아민 데라기 주한 알제리 대사는 "한국에서는 '무슬림은 과격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선입견을 없앴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찬 뒤엔 '라마단,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주제로 토크쇼가 열렸다. 김정명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 서울대 유학생 새미 라샤드, '한국 여성 무슬림'이라는 송보라(29)씨가 자신이 겪은 '라마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새미가 "여덟 살 때 처음 라마단 단식에 성공했을 때 나 자신이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9년간 모로코에서 공부한 김정명 교수는 "현지의 라마단은 생각보다 자유롭다"며 "무슬림이 외국인에게도 단식을 강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런 적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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