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人 전수조사… 진실 밝혀줄 증인 찾았다

조선일보
  • 박상기 기자
    입력 2015.07.09 03:00

    [1심서 무죄판결 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2심선 유죄될까]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3명, 1심에서
    정양 소지품 훔쳐갔다는 명확한 증거 없어 무죄로

    증인 "공범 중 한 명이 가방 속 학생증에서 떼낸 정양 사진을 보여줬다"
    檢 "소지품 훔친 결정적 증거"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일지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결정적 증인이 나타났다. 피해자 정은희(당시 18세)양을 성폭행한 스리랑카 남자 3명의 범행을 입증할 또 다른 스리랑카인이 17년 만에 등장하면서 오는 16일로 예정된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 증인을 찾기 위해 국내에 체류하는 모든 스리랑카인을 전수조사했다. 담당 검사는 "증인이 17년 전 사건 상황을 털어놓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고 했다.

    사건 당시 대학교 1학년이던 정양은 1998년 10월 17일 오전 5시 10분쯤 대구 구마고속도로 위에서 23t 트럭에 치여 숨졌다. 집에 가던 여대생이 고속도로에서 숨진 점, 정양 속옷이 사고 현장에서 3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점 등 수상한 부분이 많았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하지만 정양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들이 15년 만에 드러났다. 2013년 5월 정양 아버지의 고소로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정양 속옷에 묻어 있던 정액 DNA의 주인을 찾아낸 것이다. 2010년 여고생 성매매 혐의로 DNA를 채취당한 스리랑카인 K(49)씨였다. 검찰은 정양이 K씨와 D씨, B씨 등 스리랑카인 3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직후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넘어 도망치다 트럭에 치인 것으로 보고 K씨를 기소했다. D씨와 B씨는 각각 2005년과 2001년 스리랑카로 간 상태여서 K씨만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검찰은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했으나 특수강도죄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수강간죄는 공소시효 10년으로 1998년 사건은 아예 처벌이 불가능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했으나 강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검사는 정양이 가방에 넣어둔 책과 학생증, 현금 3000원가량을 범인들이 빼앗아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 물건을 K씨가 가져갔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대구 여대생 살해사건 1심과 2심 비교 표

    검찰은 곧장 항소했지만 1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 확보가 만만치 않았다. 검찰은 경찰과 함께 1998년 사건 발생 당시 한국에 있었던 모든 스리랑카인을 찾아 나섰다. 1998년 한국에 체류했던 스리랑카인들 가운데 34명이 아직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건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들은 정도였다. 그러던 중 K씨의 공범 D씨로부터 사건 내용을 상세히 들었다는 증인 A씨가 나타났다. 스리랑카인 동료들의 보복이 두려웠던 A씨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에게 "그 사건 내용을 조금 아는데 고민을 좀 해보겠다"고 했다. A씨는 이틀 후 검찰청을 찾았다. A씨는 "어머니와 교회 목사님과 상의했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맞다고 결론 냈다"면서 당시 자신이 들은 내용을 털어놨다.

    A씨는 1998년 사건 발생 직후 공범 D씨와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A씨의 지인이던 D씨는 술에 취하자 "아주 어린 한국 여학생에게 몹쓸 짓을 했다"면서 성폭행과 여학생이 도망치던 과정 등을 자세히 털어놨다고 한다. 그러면서 D씨는 A씨에게 "나와 B가 여학생을 붙잡고 있을 때 이미 성폭행을 한 K가 가방을 뒤져 책과 학생증을 발견했는데, 학생증에 적힌 나이가 너무 어려 놀랐다"면서 "책은 K가 갖고갔고 학생증은 내가 갖고왔다"고 말했다는 것. A씨가 '도저히 못 믿겠다'고 말하자 공범 D씨는 학생증에서 떼어냈다는 정양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줬다고 A씨는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이 대목을 범인 일당이 정양의 소지품을 빼앗은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언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검찰에 이어 최근 법정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공판에서 K씨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K씨가 여전히 뻔뻔한 태도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17년 만에 확보한 증언이 현명한 판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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