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꼬이는 그리스 협상… "EU, 그렉시트 대비 법률 검토 시작"

    입력 : 2015.07.08 03:00

    [그리스 쇼크]
    조기 타결 힘들지만 시장 충격 크지 않아 그리스 협상력 줄어들 듯

    그리스 아테네의 중산층 거주지 아기아 파라스케비에 사는 크리스토스(58)씨는 빵가게를 운영한다. 그는 "요즘 1유로짜리 빵 하나를 팔면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밀가루 수입 가격이 20%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주부터 사재기가 벌어지면서 밀가루 구하기도 쉽지 않다.

    택시 기사 파네피스티(42)씨는 자녀 3명, 아내와 함께 방 2개짜리 집(85㎡)에 산다. 지난주 은행 영업 정지 후부터 관광객 손님이 부쩍 줄어 고민이다. 그는 신용카드와 예금통장이 없다. 손님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연료를 넣고, 생활비를 댄다. 그는 "그리스 서민들은 대부분 신용카드가 없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로운 그리스 - 그리스의 유클리드 차칼로토스(오른쪽 앉은 사람) 신임 재무장관이 7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장에서 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난 뒤에는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도 소집돼 각국 정상이 향후 그리스 사태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외로운 그리스 - 그리스의 유클리드 차칼로토스(오른쪽 앉은 사람) 신임 재무장관이 7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장에서 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난 뒤에는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도 소집돼 각국 정상이 향후 그리스 사태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AP 뉴시스

    그리스 정부는 애초 7일부터 은행 영업을 재개한다고 했지만, 이날 은행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사람들은 집에 있는 현금이나, 현금자동지급기(ATM)에서 찾은 60유로(약 7만5000원·하루 인출금 한도)로 식료품을 사서 버틴다. 신용카드 결제도 60유로 이상은 안 된다.

    그리스 국민의 관심은 온통 7일 오후(현지시각) 시작한 채권단과의 새 협상에 쏠려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날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협상 조기 타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부채 탕감' 협상 카드 내밀까

    지난 5일 '채권단 구제금융안에 대한 압도적 반대'라는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7일 유로존 정상들과 만나 새로운 협상을 시작한다. 그가 이 자리에서 채권단에 '부채 탕감'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총선 과정에서 '부채 탕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선 이를 앞세우지 않았었다.

    우선 지난 2일 나온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가 새 협상장에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그리스 부채 위기를 통제하기 위해선 30%를 탕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인 IMF가 낸 보고서인 만큼, 그리스로서도 '부채 탕감'을 주장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그리스, 채권단 협상의 예상 쟁점 정리 표

    부채 탕감에 대해 독일 등 다수 채권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채권단은 "부채 탕감을 말하기 전에 그리스 경제개혁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리스는 경제개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부채 탕감 논의 전에 그리스가 경제개혁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 위기를 겪는 일부 국가는 "부채 탕감이 금기 사항은 아니다"며 다소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암울해진 협상 전망

    국민투표 이후 채권단과 그리스의 협상은 오히려 더 꼬이는 양상이다. 그리스는 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문서로 된 새 협상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이 구두로 그리스가 준비 중인 협상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무장관 회의에 이어 소집되는 정상회의에서도 어떤 결론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부채 탕감도 변수다. 만약 그리스가 새 협상 때 부채 탕감을 고집한다면, 협상 타결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선 채권단이 양보할 뜻이 없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부채 탕감을 수용하거나 기존 긴축안을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차분한 반응도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에 일조했다.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 결과'로 나온 직후인 지난 6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0.05% 상승했고, 독일의 국채금리도 오히려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프라스는 '국민투표 반대 결과'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채권단을 향해 발사했지만, 시장의 충격이 크지 않다"며 "그리스의 협상력은 심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치프라스가 퇴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60% 이상 국민이 반대표를 던진 만큼, 치프라스가 빈손으로 물러서기 어렵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치프라스로서는 승리의 열매가 곧 쓴맛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 결렬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점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FT는 "유럽연합(EU)의 법률가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해 EU 조약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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