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영화에서나 봤던 '사람이 탄 대형 로봇끼리의 결투'가 실제로 벌어질 전망이다.
도발은 미국의 대형 '탑승형 로봇' 제조업체 메가보츠가 했다.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미국, 일본에 대형 로봇 결투 신청'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려 업계 선두 주자인 일본 스이도바시중공(水道橋重工)에 도전했다. 공동 창립자 맷 올라인 등 메가보츠 임원 2명이 성조기를 몸에 걸치고 나타나 "스이도바시, 우리에게 대형 로봇이 있고, 너희에게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지 알 거다. 결투를 신청한다"고 외쳤다. 화면에 일본어 자막도 넣었다. 이들은 로봇을 전투형으로 개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1년 내에 결투 장소를 정하라고 요구했다.
스이도바시중공 창립자인 구라타 고고로(倉田光吾郞) 최고경영자가 6일 뒤인 지난 6일 역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갑자기 제안을 받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운을 떼고는 "그냥 큰 로봇을 만들어 총을 갖다 붙이겠다는 것은 매우 미국적인 문화다. 멋진 결투를 하려면 총싸움 대신 근접전을 해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구라타 최고경영자는 "다른 나라가 이 싸움에서 이기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거대 로봇은 일본의 상징이자 문화"라고 말했다.
양측 합의에 따라, 메가보츠는 최신형 '메가봇 마크 II〈왼쪽 사진〉', 스이도바시중공 역시 최신형 '구라타스' 로봇을 전투용으로 개조해 1년 안에 결투를 벌일 예정이다. 메가보츠 측은 "크기나 무게는 메가봇이 우세지만, 속도·정밀성에서는 구라타스가 앞선다"고 말했다. 메가보츠 측은 1년간 약점을 보완해 반드시 이기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스이도바시중공 측은 어림도 없다며 신경전부터 시작했다.
스이도바시중공은 2012년부터 '건담' '패트레이버' 등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탑승형 로봇을 만들어 대당 11억원 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로봇 안에 실제로 사람이 들어가 조종할 수 있다. 구라타스는 높이 4m, 무게 5t에 이르는 거대 로봇으로, 성인 1명이 로봇 흉부에 있는 조종석에 탈 수 있다.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도전자인 메가보츠 역시 탑승형 거대 로봇을 전문 제조하고 있다.
입력 2015.07.08. 03:0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