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萬은 봐야 할 영화… 우린 마음의 빚이 있다"

  • 배우 이순재

    입력 : 2015.07.06 03:00

    [내가 본 '연평해전'] [1] 배우 이순재

    "얼마나 처절한 전투였는지 당시 비극 생생히 그려내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반성할 기회 주는 영화"

    배우 이순재
    배우 이순재

    '연평해전'은 영화 자체로 완성도가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고 엊그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서 충격이 컸다. 배우들도 애국심이 전해질 만큼 열심히 했다. 제2연평해전의 실상을 보고 싶었는데 얼마나 처절한 전투였는지 영화가 말하고 있었다. 싸우다 죽어가면서도 전우애를 발휘했고 결국 승리를 이끌었다는 게 특히 감동적이었다.

    2002년 6월에 우리는 월드컵으로 들떠 있었고 북한은 그것을 노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정신이 해이해진 순간 기습을 당한 것이다. 제2연평해전은 국가적 재난으로 기록해야 할 사건이었다. 우리 모두 그때 희생된 장병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무관심했던 사람일수록 영화를 보고 더 미안해질 것이다.

    북한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앞에서는 평화 무드를 조성하고 뒤에서는 전쟁 준비를 했던 집단이다. 1950년 6월 초에 북한은 억류 중인 고당 조만식 선생과 간첩 이주하·김삼룡을 38선에서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분위기가 좋아지는구나' 했는데 며칠 있다가 6·25가 터졌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여전히 겉과 속이 다른 집단과 마주하고 있으니 정말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50년에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도 우리는 무방비 상태였다. 일부 좌파들이 악용하는 당시 표어 중에 '북진통일'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가 있었다. 슬로건일 뿐 우리에겐 탱크 한 대도 없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6·25전쟁이 터지고 6월 27일 아침에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여름 피란'은 충남 공주로 갔는데 인민군이 벌써 금강을 넘고 있었다. 1·4 후퇴 때는 충북 보은·옥천으로 '겨울 피란'을 갔다. 키가 컸으면 의용군으로 붙들려 갔을 거다.

    '연평해전'을 보는 관객은 저마다 숙연했다. 눈물겨운 장면이 많았다. 젊은 군인들이 사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막연히 우리 군대에 '관심병사'가 많은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우리 젊은이들도 아낌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교전수칙이 복잡해서 일일이 상부에 보고하고 허락을 받느라 우리 피해가 커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화가 났다. 늘 북한이 먼저 싸움을 걸어온다.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저들에게 강력하게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통일은 일방적으로 우리가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변화가 필요하다. 금강산 관광은 우리 민간인 관광객이 피살됐기 때문에 중단됐다. "미안하다. 우리 병사가 실수했는데 대단히 잘못됐다.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하겠다"고 하면 재개될 수 있는 일이다. 그걸 인정 안 하고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됐다. 북한이 언제부턴가 우리를 인질로 착각하는 것 같다. 목 조르고 두들겨패면 뭘 좀 보내는구나 하고 버릇을 잘못 들여 놓았다. 햇볕정책은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우리 진심을 그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문제인 거다. 계속 당할 수만은 없다. 유화책을 쓰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연평해전'이 정치적인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이 각자 판단할 것이다. 죽은 장병을 살릴 수는 없다.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느끼고 반성하고 보완하고 대비해야 한다. 흥행은 공감 때문일 것이다. 천만은 봐야 할 영화다. 우리 현실을 좀 똑바로 알 필요가 있으니까. 이념적으로 헷갈리지 말고 북한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주권, 우리의 기반을 강력하게 수호해야 한다.

    유족에게는 그저 죄송하고 안타깝다는 말밖에 전할 게 없다. 사람의 기억은 불확실하다. 영화 '연평해전'은 그 비극을 오래 기억해주는 그릇으로 삼아야 한다. 6·25를 다룬 영화 중에는 오히려 혼돈을 가져다주는 것들도 여럿 있었다. 내가 목격한 전쟁의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인민군을 인도적이고 멋쟁이로 그려놓았다. 미래의 남북 화해를 위한 영화겠거니 이해는 하지만 '연평해전'처럼 사실을 좀 더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다 같이 반성할 기회를 준 셈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