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만 신주(新竹)시 후커우(湖口) 육군기지에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육해공 31개 부대에서 군인 3858명이 투입됐고 'AH-64E 아파치 공격용 헬기' 등 대만 주요 군사 장비 294기가 공개됐다. 항일투쟁에 참가했던 노병 120명도 군복 차림으로 관중석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그동안 대만 정부는 장제스 국민당 주석 주도하에 펼친 항일운동이 국공내전(중국 재건을 둘러싸고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승리자인 공산당의 항일운동에 가려 잊히는 것을 경계해 왔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진 이래 1945년까지 국민당 군인 320만명이 전사했다. 특히 올해는 종전(終戰) 70주년을 맞아 국민당의 항일운동 정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대만 정부가 이 같은 행사를 연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타이완 정부가 (대 일본 외교에서) 역사 문제 해결 쪽으로 비중을 옮기고, 중국과 함께 (일본에 대한) 공동 투쟁 노선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상대적으로 일본 친화적인 입장이었지만, 올해 들어 항일운동 관련 심포지엄과 전시회를 16회 이상 여는 등 과거사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78년 전 중·일전쟁이 발발했던 이달 7일에도 심포지엄을 연다. 마잉주 총통이 행사장에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마 총통은 4일 열병식에서도 "피와 눈물로 얼룩진 (항일전쟁) 역사를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