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ㄱ'과 알파벳 'A'… 구글 검색 결과는 딴판

    입력 : 2015.07.04 03:00

    [초성 'ㄱ' 입력하자 95%가 여성 야한 사진… 'A'는 폰트 디자인만 나와]

    -초음란 대한민국?
    'ㄱ'이 들어간 단어 중에서 가장 많이 찾은 결과물 떠
    '길거리' 검색해도 여자 사진… 영어·일본어는 길 풍경만
    전문가 "축약어·은어 등 한글 조어 특수성 탓일수도"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사무실에서 구글(google)로 이미지 검색을 하다가 민망한 일을 당했다. 검색어 입력을 잘못해 한글 초성 'ㅅ'만 입력된 상황에서 무심결에 클릭했더니 그의 모니터는 반라(半裸)의 여성 사진으로 도배가 됐다.

    실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한글 초성 'ㄱ'을 입력하면 검색되는 사진의 95% 이상이 여성의 야한 사진이었다. 여자 연예인 화보를 비롯해 비키니나 핫팬츠 차림의 여성,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사진 등이 대부분이었다. 'ㄱ'의 획순을 안내하는 사진 등은 2~3장에 불과했다. 'ㄴ' 'ㄷ' 등 다른 한글 초성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지만 로마자 알파벳 'A'를 입력했을 때는 사정이 달랐다. 검색된 100장의 이미지 가운데 99장이 글자 'A'의 폰트 디자인 이미지였다.

    검색 사이트 구글(google)의 이미지 검색에서 한글 초성‘ㄱ’을 입력하자 화면 거의 전부가‘야한 사진’(위)으로 채워졌다. 반면 로마자 알파벳‘A’를 검색하자 알파벳 서체, 디자인 이미지(아래)가 주로 검색됐다.
    검색 사이트 구글(google)의 이미지 검색에서 한글 초성‘ㄱ’을 입력하자 화면 거의 전부가‘야한 사진’(위)으로 채워졌다. 반면 로마자 알파벳‘A’를 검색하자 알파벳 서체, 디자인 이미지(아래)가 주로 검색됐다. /인터넷 캡처

    이 때문에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선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한글과 영어 검색 결과 차이의 핵심은 '음란함'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글 초성만 입력해도 음란한 사진으로 도배가 되는 상황을 비꼬아 '초음란 한글'이란 자조(自嘲)도 나온다.

    구글에서 단어를 입력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길거리'란 단어를 검색하자 95% 이상의 사진이 거리를 지나는 여성의 짧은 치마 등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반면 길거리를 뜻하는 일본어(まち·街)·영어(street) 단어를 입력해 검색했을 때는 대부분 골목길 풍경이나 건물 벽면의 낙서 등이 검색됐다.

    한글의 초성, 로마자 알파벳처럼 단어로 구성되지 않은 글자를 입력하면 검색 프로그램은 이 글자가 포함된 과거 검색 결과 가운데 검색 빈도가 높았던 콘텐츠를 우선하여 보여준다. 'ㄱ'을 검색해 나온 결과물은 근래에 많은 사용자가 'ㄱ'이나, 'ㄱ'이 포함된 단어 등으로 검색했던 결과물인 셈이다. 한글을 이용해 검색한 이용자가 다른 언어 이용자보다 야한 사진 등 콘텐츠를 검색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여성 구글 사용자는 "무슨 글자를 검색해도 여자 사진이 등장하는 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했다.

    한국 검색 포털 네이버에선 한글 초성이나 특정 단어를 입력해도 야한 사진은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 등에 올라온 자체 콘텐츠는 모니터링을 통해 야한 사진을 걸러내고 외부 사이트의 야한 사진은 검색 자체가 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글은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는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현행법상 금지된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콘텐츠를 차단하진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따르면 남녀의 성기, 음모, 항문 등 특정 성적 부위를 드러내거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을 담아야 '음란물'에 해당한다. 구글 관계자는 "방통위 기준 외에 여성가족부 등이 음란물로 지정한 콘텐츠에 대해서도 검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수위가 낮은 사진은 여과 없이 검색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성인 인증 절차 없이 게시되는 음란성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글과 다른 언어의 검색 결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음란한 사진을 자주 본다고 볼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구글 관계자는 "한국인이 특별히 야한 사진을 많이 검색한다는 회사 차원의 분석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축약어나 은어(隱語)의 사용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네티즌들이 검색 차단을 피하기 위해 '포르노'는 'ㅍㄹㄴ', '섹스'는 'ㅅㅅ'이라고 쓰면, 'ㅍ' 'ㅅ'만 입력해도 관련 이미지물이 검색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검색 결과만으로 반드시 한국인의 음란성 콘텐츠 검색 빈도가 높다고는 단정할 수 없고, 한글이 갖는 조어 구조의 특수성 때문일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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