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캐릭터 마니아 150만원 모금… 지하철역에 '생일 축하' 광고판

조선일보
  • 이옥진 기자
    입력 2015.07.04 03:00

    서울·학여울역 한달 게시
    오타쿠 팬들 '성지 순례'… 캐릭터 인형과 인증샷도

    서울 중구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역사 안에‘大銀河宇宙(대은하 우주) No.1’ 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걸렸다.
    서울 중구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역사 안에‘大銀河宇宙(대은하 우주) No.1’ 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걸렸다. 기모노를 입은 소녀 캐릭터는‘러브라이브!’주인공 야자와 니코. /이옥진 기자
    최근 서울 중구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역사 내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이 통로 벽면에 대형 광고판이 하나 걸렸다. 가로 2m, 세로 1m50㎝짜리 이 광고판에는 분홍색 배경에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소녀가 빨간 기모노를 입고 노란 부채를 펼쳐든 그림이 담겼다. 소녀 그림 옆에는 '大銀河 宇宙(대은하 우주) No.1'이라는 문구와 함께 '7/22 YAZAWA NICO HAPPY BIRTHDAY!(야자와 니코 생일 축하해!)'가 적혀 있었다.

    이 광고판 그림의 주인공은 야자와 니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이자 게임인 '러브라이브!(ラブライブ!)'의 주인공 캐릭터다. 가상의 아이돌 스타를 키우는 내용을 줄거리로 한 '러브라이브!'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2기가 방영되면서 한국에도 소개됐다.

    이 광고판은 애니메이션에서 니코 캐릭터의 생일로 설정된 7월 22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의 니코 마니아들이 내건 것이다. 이른바 '니코 오덕후(마니아란 뜻의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말)'로 불리는 이들이 서울 강북의 서울역과 강남의 학여울역에 지난 29일부터 내걸었다.

    이달 말까지 게시되는 이 광고의 한 달 게시 비용은 150만원가량이라고 한다. '니코니단(団)'이란 니코 마니아 클럽 회원들이 3개월여간 인터넷 모금을 통해 마련했다. 니코니단은 클럽 홈페이지에 '광고판에 절을 드리는 등 통행에 방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마라' '애니메이션 유행어 등 일본어 구호를 외치지 마라' 등 당부 사항도 공지했다. 유난을 떤다는 주위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오덕후'처럼 보이게 행동하지 말라는 얘기다.

    니코를 '니코짱'이라 부르는 마니아들은 조용히 서울역과 학여울역 광고판을 성지 순례하듯 다녀가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역 광고판 앞에서 니코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던 최모(19)군은 "생일 축하 광고가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도 용인에서 한달음에 왔다"고 했다.

    국내의 일본 애니메이션 '오덕후'들이 캐릭터에 쏟는 시간과 돈은 상당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오덕후라는 대학생 박모(여·26)씨는 2011년부터 방학 때마다 일본으로 '오덕후 투어'를 떠나고 있다.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일주일여간 피규어 상가로 유명한 도쿄 아키하바라에 머물며 피규어를 사모으는 데 수십만원씩 쓴다고 했다.

    '오타쿠 전문가'로 통하는 조홍미 경성대 초빙외래교수는 "오타쿠(오덕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며 "미래에 대해 불안감이 큰 젊은 세대의 경우 작은 취미에 큰 투자를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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