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잃어버린 인간… 행복할까, 불행할까

    입력 : 2015.07.03 03:00

    [영화 리뷰] 인사이드 아웃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인간의 감정 5가지를 의인화
    픽사의 '업' 닥터 감독 연출, 아이부터 성인까지 공감 폭 넓어

    '울지 못해 웃는 코미디'를 추구한다는 연출가가 있었다. 배우에게 가장 어려운 연기는 웃는 연기라고 그가 말할 때 알쏭달쏭했다. 제대로 웃을 줄 몰라서 울어야 할 판이라니. 왜 당신 연극엔 웃음과 눈물이 겹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기쁨과 슬픔은 포개져 있는 감정이다."

    9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보고 그 말이 떠올랐다. '토이 스토리' '업(Up)'의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가 만든 이 영화는 황홀한 미개척지로 관객을 데려간다. 바로 머릿속이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가지 감정이 불철주야 일하는데, 열한 살 소녀 라일리가 우연히 '기쁨'과 '슬픔'을 잃어버리면서 감정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기쁨', 늘 그늘진 '슬픔'은 무사히 집(감정 제어 본부)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감정을 통제하는 다섯 가지 캐릭터. 오른쪽부터 ‘슬픔’ ‘소심’ ‘기쁨’ ‘까칠’ ‘버럭’이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감정을 통제하는 다섯 가지 캐릭터. 오른쪽부터 ‘슬픔’ ‘소심’ ‘기쁨’ ‘까칠’ ‘버럭’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미국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주인공 라일리는 집부터 학교, 아이들까지 모든 게 낯설다. 머릿속 다섯 가지 감정도 이 사춘기 소녀와 더불어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든다. 길을 잃은 '기쁨'과 '슬픔'은 기억이 만들어져서 소비되고 구슬에 저장됐다 버려지는 과정을 목격한다. 장기 기억 저장소, 꿈 제작소, 상상의 나라, 생각의 기차, 기억 쓰레기장…. 때론 흥미롭고 때론 쓰라리다. 후반부로 갈수록 '슬픔'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물다섯 살쯤 됐으려나. 바로 옆에 앉은 여성 관객은 눈가를 훔치기 바빴다.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어떤 대상이 단순히 슬플 때가 아니다. 그것이 예상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운다"고 했다. 감정을 의인화해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은 그런 지점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부터 성인까지 공감의 표면적이 넓다.

    감정 캐릭터를 빚어내고 기억의 실체를 보여주는 상상력, 이야기를 지탱하면서 끌어가는 힘이 단단한 애니메이션이다. 사람들은 서로 행복한 시간을 많이 나누지만 상실감을 느끼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관계를 만들며 우리는 성장하고, 삶은 풍부해진다. '기쁨'과 '슬픔'을 잃어버린 라일리가 엄마, 아빠와 함께 식탁에서 대화할 때 그들의 머릿속이 바빠지는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느 한둘이 아니라 여러 성격이 모여 누구를 더 누구답게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픽사 팬이라면 더 반가울 것이다.

    '업'으로 기억되는 피트 닥터 감독은 슬픔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메시지가 스며들게 했다. 하기야 슬픔은 애당초 인생 계약서에 적혀 있다는 말도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부모는 자식들이 늘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며 "슬픔은 굉장히 중요하고 쓸모있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생을 조금 둔화(slowdown)시키는 게 슬픔이고 그럴 때 우리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공동체 의식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3D로도 볼 수 있다. 94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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