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메모' 속 정치인 8인의 운명이 갈린 결정적 이유는…

    입력 : 2015.07.02 17:26

    검찰 "홍준표 지사에 1억 전달한 사람, 돈 일일이 세어 확인까지 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작성한 ‘메모’에 등장하는 여권 정치인 8명 중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두 사람만 재판에 넘겨진 채 마무리됐다. 나머지 정치인 6명은 증거 불충분과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동안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나머지 6명은 불법자금 수수 정치인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게 됐다.

    A4 용지 절반이 조금 넘는 크기의 메모에 나란히 등장한 8명의 정치인의 운명이 이처럼 180도 엇갈리게 된 이유는 뭘까. 중간 전달자와 목격자 유무(有無)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두 사람은 금품 전달 과정을 목격하거나 중간 전달자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재판 전략상 밝히기 어렵다”며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일정, 자금, 동선, 관련자 진술이 모두 일치했기 때문에 기소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경우 검찰은 ‘배달사고’ 가능성도 일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금품 전달 시기를 보면 성 전 회장은 물론 윤씨 역시 2012년 공천을 기대하고 있었고, 윤씨는 당대표 경선 캠프에 참가해 신뢰 관계를 쌓던 상황이었다”며 “윤씨가 2012년 6월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집에서 1억원이 맞는지 일일이 세어 확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이튿날 아내의 차를 타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며 “배달사고도 의심했지만,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자살 이전 두 차례 윤씨를 찾아간 사실도 홍 지사 혐의를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로 4월 3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전 윤씨를 찾아갔을 때는 “홍 지사에게 준 1억원을 함구하라”고 요청했다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측근들까지 데리고 윤씨가 입원한 병원을 다시 찾아가 “홍 지사에게 1억원 준 게 맞지 않느냐”는 취지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

    중간 전달자와 목격자의 존재로 두 사람의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반면 나머지 6인에 대해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육성(肉聲) 인터뷰에서 금품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시기에 경남기업의 자금 흐름, 성 전 회장과 의혹 대상 정치인들의 동선(動線)을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은 홍문종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2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전 경남기업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밝혀낸 경남기업 비자금 이외 자금을 찾아냈지만 이 돈이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선이 있던) 2012년 말 성 전 회장이 동원 가능한 돈이 얼마가 되는지 샅샅이 훑은 결과 그해 11~12월 당시 성 전 회장이 동원 가능한 자금은 1억원이 조금 넘고, 현금으로 인출된 돈도 1억 800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홍 의원에게 줬다는 2억원에도 모자라는 금액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언급한 시기 이외에 금품이 전달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성 전 회장 입장에서 금품 로비가 필요하거나 의혹 대상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이 필요한 시점을 가정해 특정한 뒤 경남기업의 비자금 흐름, 성 전 회장과 정치인들의 동선 일치 여부를 꼼꼼히 검증했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인출된 경남기업 자금이 (억 단위로) 모여 있지도 않고, 의혹 대상자와 성 전 회장의 일정표를 모두 검토한 결과 동선이 일치하는 점이 없었다”며 “다음 단계로 수사를 진행할 단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한방에 풀어 줄 ‘금품 로비 비밀장부’ 실체에 대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이전 2주 동안의 동선을 10분 단위로 복원해 확인한 결과 측근들에게 별도의 장부를 보관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메모에 기재된 8명의 이름과 금액은 일종의 수사 단서이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유죄의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진술과 객관적인 물적 자료가 뒷받침되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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