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톨킨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입력 2015.07.02 03:00 | 수정 2015.07.02 09:02

[문화 혁신의 기원을 가다] [크리에이티즈 로드] [1] 톨킨 전문가 로즈버리 교수

브라이언 로즈버리 교수 사진
"대중문화 속 판타지는 톨킨 이전과 톨킨 이후로 나뉜다."

손꼽히는 톨킨 전문가 중 한 명인 영국 센트럴 랭커셔대 브라이언 로즈버리(63·사진) 교수는 "톨킨은 유사 이래 신화, 종교, 전설 등 여러 형태로 인류를 사로잡았던 판타지의 요소를 일종의 사실주의와 결합시켜 깊이 있고 현실감 넘치는 문학으로 재탄생시켰다"며 "이후 모든 판타지 작가에게 톨킨은 교사인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었다"고 말했다. 로즈버리 교수는 문학, 게임, 영화 등 대중문화 전 분야에 불었던 '톨킨 열풍'을 분석한 책 '톨킨, 문화현상(Tolkien, A Cultural Phenomenon)'의 저자다.

로즈버리 교수는 "톨킨을 톨킨이 될 수 있게 한 요인은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경험, 천부적 언어 재능, 북유럽 언어·신화 전통에 대한 관심, 1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숙성시킬 수 있었던 환경 등을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 고초를 겪은 다른 많은 작가처럼 톨킨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객사(客死)하며 잉글랜드로 돌아왔습니다. 건조하고 삭막한 남아공과 달리 나무와 물이 가득한 영국 미들랜드의 자연과 금세 사랑에 빠졌지요. 영국인이지만 늘 아버지와 고향을 잃은 이방인이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어린 톨킨에게 다양한 언어를 깊이 있게 가르쳤다. 버밍엄 최고 명문인 킹에드워즈 스쿨과 옥스퍼드대의 교육을 받으며 타고난 언어학적 재능은 꽃을 피웠다. 노르만 침략으로 파괴된 옛 앵글로 색슨 문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중간계의 북유럽 언어와 신화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로즈버리는 "그중에서도 언어적 재능이 핵심"이라고 했다. "톨킨은 '이름을 정해주면 이야기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엘프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말하고 불리는 존재는 아름다운 역사를, 오크처럼 공포스러운 언어로 말하고 불리는 존재는 무서운 역사를 줬어요. '음성학적 서사 스타일'을 창조한 겁니다."

톨킨은 훗날 그가 '모르도르(반지의 제왕에서 악의 소굴)'에 비유했던 1차대전 참전 이후, 옥스퍼드대 종신교수가 돼 학문에 전념하다 '호빗'을 내기까지 20여년간 별다른 책을 쓰지 않았다. 로즈버리 교수는 "톨킨의 삶은 초반 25년이 파란만장했던 데 비해 나중 55년은 별다른 사건이 없었다. 선선한 저장고에서 와인이 익어가듯, 인생의 평온함 속에 재능과 경험이 숙성돼 '중간계'라는 창조물로 태어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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