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방 후지 TV가 최근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한국인 인터뷰에 엉터리 자막을 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후지 TV는 29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싣고 잘못을 인정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후지 TV가 지난 5일 밤 9시부터 2시간 가까이 내보낸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 긴급 스페셜―알고 있는 것 같아도 모르는 한국의 불가사의'다. 진행자 이케가미 아키라(65)는 NHK 기자를 거쳐 도쿄공업대 교수로 있는 유명 방송인이다. 연예인 패널과 일반인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일 근현대사를 요약하고, 현안을 짚어보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내용은 혐한 서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령 이케가미가 한국의 건국 과정을 설명하며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진 뒤 한반도에서 나오면서 '선반에서 떡이 나오듯(뜻밖의 횡재라는 뜻)' 나라가 생겼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제작진이 서울 거리에서 인터뷰한 시민들 영상에 잘못된 자막을 입힌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 여고생이 한국어로 외국인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문화가 정말 많아요. 그리고 외국인이 정말 많이 방문해 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에, 제작진은 "(일본) 싫어요. 왜냐하면 한국을 괴롭혔잖아요"라는 일본어 자막을 넣었다. 한국인 성인 남성이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라고 말하는 장면에는 "일본인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국가로서는 싫어요"라는 일본어 자막이 들어갔다.

일본 인터넷 매체들이 이런 내용을 지적하자, 후지TV는 결국 이날 "해당 출연자들이 실제로 자막에 나온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편집 과정에서 최종 점검이 미진해 잘못된 영상을 방송했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