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 주말 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동시에 내렸다. 최근 주가 폭락과 경기 하강 압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8일부터 금융기관의 1년짜리 정기 대출과 예금 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려 각각 4.85%와 2.0%로 적용한다고 27일 발표했다. 금리 인하는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네 번째다. 인민은행은 또 '3농(농민·농업·농촌)'과 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상업은행과 외자은행의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올 들어 세 번째 지준율 인하다.
지준율은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전체 예금액 중 즉시 지급 가능한 현금으로 보유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지준율을 낮추면 대출 여력이 커져 시중에 돈이 더 풀리게 된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번 조치로 약 7000억위안(126조원)의 유동성이 추가로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이 7월 초 중국 기업의 실적 보고서를 보기도 전에 '금리·지준율 동시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다. 상하이증시는 26일 전날 대비 7.4% 폭락했다. 지난 12일 5100선을 넘었던 주가지수는 4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2주일 만에 20%가 빠진 것이다. 그 사이 증발한 시가 총액은 1조2500억달러에 달한다. 집 담보 대출 등을 받아 증시에 뛰어든 개미 투자자가 대거 날벼락을 맞으면서 가계 파탄과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돈 풀기는 경제성장률이 1분기 7%에 그친 데 이어 2분기에는 7%선마저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는 24일 은행 예금에 대한 대출 비율이 75%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예대율 제한 규정'을 20년 만에 없애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6일 베이징에서 '글로벌 싱크탱크 총회 대표단'을 만나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튼튼하다"면서 "5월 이후 산업·투자·소비·수출입 등 주요 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