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은 24일 저녁 벨기에 국왕 부부를 베이징 중난하이 '잉타이(瀛台)'로 초청했다.
시 주석은 벨기에 국왕에게 "중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오늘의 이상과 앞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시 주석이 외국 지도자와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시 주석은 왜 외국 지도자들을 잉타이로 초대한 것일까.
잉타이는 베이징 자금성 서쪽 중국 지도자들의 집무실이 모여 있는 '중난하이'의 작은 섬이다. 명대에 만들어진 곳으로 명·청 시대에는 궁궐이 많이 세워져 황제들의 연회 장소로 주로 쓰였다. 섬의 이름인 '잉(瀛)'자는 '신선'을 뜻한다. 1680년대 청나라 강희제(康熙帝)는 이곳에서 내란을 잠재우고 대만을 수복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대사에서 잉타이는 중국의 오욕을 상징한다. 청나라 말기(1898년), 중국이 일본에 패한 후 시도했던 근대화 개혁(무술정변·戊戌政變)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당시 개혁파를 지지했던 광서제(光緖帝)는 서태후에 의해 이곳에 감금돼 38세로 생을 마감했다. 1913년 일본의 세력을 업고 황제가 되고자 했던 위안스카이는 베이징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곳에 부통령을 감금시켰다.
중국이 외국 지도자를 잉타이로 초대하는 것은 '근대사의 치욕을 씻고 강국으로 재부상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1949년 중국 건국 후 잉타이는 다시 최고지도부 거주지가 됐다. 마오쩌둥은 1972년에 닉슨 미국 대통령을, 장쩌민 전 주석은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이곳에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