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고(故)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씨가 21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제2연평해전은 우리 해군의 명백한 승전”이라며 “전사자에 대한 훈격(勳格) 등을 재평가해 명예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 아들은 제2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戰死)'한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21일 서울에서 만난 박남준(59)씨는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다. 박 병장은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 경비정의 기습 공격에 맞서 싸우다 6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참수리 357정의 의무병이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부상 장병을 돌보려고 함교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100여개의 포탄 파편이 온몸에 박힌 채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가 80일 만에 숨을 거뒀다.

박남준씨는 아들을 떠나 보낸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들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전사자로 예우받지 못하고 여전히 공무상 사망자로 대우받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2002년엔 전사(戰死)와 순직(殉職)에 대한 보상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다. 전쟁을 치르다 사망한 군인과 일반 업무를 보다가 순직한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똑같이 '공무 중 사망'으로 처리됐다. 박 병장에 대한 보상금은 일반 업무 순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돼 중사 1호봉의 36개월치 봉급인 3100만원이 지급됐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에 대한 보상과 예우가 너무 박하다는 여론이 일면서 2004년 보상 기준이 '전투에 의한 전사'와 '일반 공무에 의한 사망'으로 세분화됐다. 하지만 정작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박씨는 "제2연평해전으로 인해 군인연금법이 바뀌었지만, 정부에선 '소급 적용을 하려면 특별법이 필요하다' 하더라"며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 제정에 신경을 안 써주니 이렇게 외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아들이 전사하고 받은 충무무공훈장을 창고 깊숙한 곳에 넣어뒀다고 했다.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세 번째 명예로운 훈장이지만, 박씨는 이 훈장을 볼 때마다 당시 전사자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정치권에 홀대받던 분위기가 떠올라 울분이 치민다고 했다. 당시 해군과 합참은 함장이었던 윤영하 소령에게 을지무공훈장(2등급),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해달라는 상신서를 올렸지만, 네 명 모두 국방부와 행정자치부 최종 심사에서 한 등급씩 아래로 내려갔다. 박동혁 병장과 한상국 중사는 각각 충무와 화랑무공훈장이 상신돼 그대로 결정됐다. 박씨는 "국방부가 발표한 것처럼 제2연평해전은 북한 등산곶 684호를 반파시키고 북한군 30여명을 사살한 명백한 승전(勝戰)"이라며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한 등급씩 내려간 네 명의 훈격(勳格)을 원상 복구시켜 줘야 전사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